[사설] 일본 쇼크 최대 리스크, 멀어지는 경기 회복

입력 2019-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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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이 어떤 것이 될지는 분명치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 글로벌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커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위급한 상황과 거리가 먼 원론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를 표적으로 삼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제한이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덮쳐 왔다. 이미 통관이 중단됐고, 조만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몰릴 위기다. 반도체에서만 천문학적인 손실이 예상된다.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우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빼는 추가조치까지 예고했다.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주력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늪에 빠진 경기의 회복 기대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놓은 ‘경제동향 7월호’에서 또다시 “경제의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초 ‘둔화’ 단계에서 4월 ‘부진’으로 경고 수위를 높인 이래 4개월 연속이다. KDI는 투자가 계속 위축되고, 수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가 조금 늘기는 했으나 수요 회복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통상보복으로 인한 ‘반도체 쇼크’가 고려되지 않은 분석이고 보면, 경기하락 추세가 예상보다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는 길로만 가고 있다. 경기의 반등 요인은 찾기 어렵고, 사방에 하방 리스크만 가득하다. 정부는 최근 올해 성장률 목표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2.4∼2.5%로 조정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2.1∼2.2% 수준도 힘겨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일본과의 문제 해결이 급하고,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특단의 기업투자와 소비 촉진 대책, 통화정책 완화 및 확장적 재정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치권도 더 이상 정쟁만 일삼을 게 아니라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몇 년째 국회에 발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수많은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하루빨리 처리하고, 정부는 획기적인 규제개혁으로 산업구조와 경제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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