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을 따르고 이중 과세 논란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를 확대된 양도세를 통해 보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7년 세법 개정을 통해 현재 상장 주식의 지분 1% 또는 15억 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 한해 부과되는 양도세의 대주주 기준이 2020년 10억 원, 2021년에는 3억 원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대주주에 포함되면 통상 20~30%의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아직 2022년 이후 양도세에 대한 추가 확정안은 없지만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라 대주주 기준이 모든 주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주식 양도세 확대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다. 지난 세법 개정 원안에는 외국인에 대한 주식 양도세 과세 범위 확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 지분 25% 이상 보유자에서 5% 이상 보유자로 확대 예정이었지만 외국 자본의 이탈을 우려해 최종안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원안 발표 후, 글로벌 지수인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와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에서 국내 양도세 확대로 인해 한국을 제외한 지수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제외됐다면 상당한 외국인 자본 이탈이 불가피했다. 실제 1998년 주식 양도세를 부활시켰던 대만에서 과세 시작 후 거래 19일 만에 외국인 자본 이탈로 36%의 주가 급락을 맞이했고, 결국 1년 만에 주식 양도세를 폐지했던 사례가 있었다.
국내 주식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행법에서 대주주 기준은 연말 보유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2021년부터는 12월마다 대주주 기준이 되는 3억 원 이상 주식에 대한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즉, 세금으로 인한 가격 왜곡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만약 모든 주주로 양도세 과세 대상이 확대되면 증권거래세에 비해 높은 세금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시장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도세가 거의 없었던 국내 주식의 장점이 사라져 배당률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주식으로의 이동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여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세로 전환했던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기존 투자자 이탈 방지를 위해 신고분리과세 방식으로 누진세율 적용 부담을 완화하였고 손실을 고려한 손익통산과 직전 3년간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 추경호 의원 법안에는 주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금융상품에 대한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안이 담겨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증권거래세와 양도세를 모두 적용하는 나라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정도다. 이 중 우리나라가 증권거래세 세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그리고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은 증권거래세 없이 양도세만 부과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기법과 금융상품이 탄생하고 자금조달 및 가격 발견 기능 등 자본시장 순기능이 가장 잘 수행되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는 결국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 및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6월 기준 작년 대비 30% 감소했고 공모 규모도 작년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신규 자본 유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핀테크 및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그리고 알고리즘 매매 등 새로운 금융기법 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도 증권거래세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