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군산의 夏-끝] “살아나겠어?”...“그래도 살아나고 있어”

입력 2019-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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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 유치 호재…"자리잡기 전 망할라" 회의론도

“지금 전기차 충전 한 번에 400㎞ 굴러가요. 서울에서 부산도 못 가. 동력원으로 쓰이는 2차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그래요.”

지난달 19일 전라북도 군산시 군장대학교 부속건물 한편에서 강의가 한창이었다. 계단형으로 층진 공간에는 20여 명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모두 군산 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의 ‘전기차 2차전지 자동화장비기술인력양성과정’ 수강생들이다. 이 과정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부평공장 물류센터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었다. 이날 수업을 들었던 박모(28) 씨는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며”며 “전기차 관련 기술을 배워두면 나중에 취업하기 유리할 것 같아 프로그램은 신청해 4주 전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11시께 군산 군장대학교 앞 부속건물에서 ‘전기차 2차전지 자동화장비기술인력양성과정’ 수업이 한창이다.(군산 =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현대와 지엠이 버린 땅’이지만, 군산에서도 최근 희망의 멜로디가 울리고 있다. 한국지엠이 떠난 국가산업단지 공장은 전기차 생산 기지로 탈바꿈할 준비가 한창이고, 새만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군산의 미래를 여전히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공존한다.

◇지엠공장 매각·신재생에너지 육성…부활의 몸짓 = “(군산이) 지금 완전 죽음의 도시잖아. 그래도 좀 살아났어. 살아났어.”

군산 오식도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50) 씨는 최근 오식도동에서 부는 변화의 분위기를 체감한다. 작년 지엠이 철수한 뒤 15만 원 정도였던 하루 매출액이 요새 25만 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많아야 하루 1~2번 나가던 배달도 몇 달 전부터 7~8번까지 늘었다. 오모 씨는 “예전에는 여기저기서 ‘군산 뜰까’하는 푸념이 들렸다”며 “요새 군산에 대한 전망이 나아지면서 사람도 많아지고 마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분위기 전환은 무엇보다 한국지엠 공장에서 다시 기계소리가 들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 몫 한다. 3월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이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로 구성된 엠에스오토텍 컨소시엄에 팔린 것이다. 코스닥 상장기업 엠에스오토텍은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로 차체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 군산에서 국내 부품업체 3∼4곳과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1년까지 900여 명의 개발·생산인력을 고용해 연 5만 대의 전기차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2017년 7월 28일 최길선 당시 현대중공업 회장은 조선소 폐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2년 뒤인 2019년에 조선소를 재가동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9월까지 군산조선소의 향후 계획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산시 군장대학교 앞 부속건물 교실에 2차전지 관련 기계장비들이 비치돼있다.(군산 =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이와 함께 정부가 군산에 재생에너지사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호재다.정부는 2022년까지 전북 새만금 일대에 4GW 규모 초대형 태양광·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단지 유치가 어려운 지역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단지로 전환해 20년간 활용한 뒤 환원하는 조건에서다. 정부 예산 5690억 원에 민간 자본 10조 원을 투입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전북 군산 유수지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찾아 “새만금의 태양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새만금의 바람이 미래를 여는 자원이 될 것”이고 강조했다.

◇ 전기차 생산, 빨라야 2021년인데…“그 전에 다 쓰러질 수도” = 이와 달리 군산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새만금산업단지나 그 주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을 하고 있지만, 기존의 국가산업단지는 여기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평이 나온다.

과거 한국지엠 군산공장에 납품했던 한 협력사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라인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빨라야 2021년”이라며 “지금 상태로면 그 전에 협력사들 다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 창출도 많아야 9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한국지엠 노동자 수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남균 군산 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장도 “고용위기가 1~2년 만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며 “전기차 같은 경우도 최소 5년 이상은 걸려야 어느정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남균 군산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장이 직업교육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군산 =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군산 소재 지점의 한 은행 관계자도 “관건은 엠에스가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것 자체보다는 얼마나 많은 협력사가 오고, 설립되느냐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당장 경기 회복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했다.

현대중공업 재가동도 쉽지 않다는 것이 산단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지금 대조양 인수 등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해있어 군산조선소를 신경쓰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고 공장을 매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유치된다고 해도, 지역경제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 크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굴뚝 산업’, 즉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다. 국가산업단지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이라고 해봤자 자동화기기로 돼있고, 처리 문제도 골치아프다”며 “전기차와 마찬기자로 협력사들이 얼마나 들어오느냐가 군산 경제에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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