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 본격 '시동'

입력 2008-07-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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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갈등 등 위험요소 남아있어

경상북도 경주 지역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의 안전성 심사가 이달 말 종료돼 다음달부터는 굴착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부지를 놓고 경주 시민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방폐장 인근의 관련 시설 건설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경주 방폐장 내달부터 굴착작업(?)

30일 한수원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오는 31일 열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경주 방폐장 건립 허가가 날 전망이다.

현재 경주 방폐장은 부지정비만 이뤄진 채 모든 공정이 멈춘 상태다.(사진) 당초 한수원은 지난 1월께 건설·운영허가를 취득, 내년 말까지 방폐장 건설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안전성 심사가 늦어진면서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진 것. 한수원측은 허가가 떨어지면 8월1일부터 동굴 굴착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주 방폐장 사업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210만㎡ 부지에 총 80만드럼 규모의 중·저준위 방사성 처분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수원은 1단계로 1조522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0만드럼 규모의 처분시설을 아시아 최초로 동굴처분 방식으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경주 방폐장은 1000여건에 이르는 질의·답변 맟 현장 확인과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심층 검토를 받는 다단계 안전심사를 거쳤다"며 "향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발생추이, 부지 여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총 80만드럼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완공 이전 저장시설 포화에 대한 대비책도 세웠다. 올해말 포화상태에 이르는 울진원자력발전소의 중·저준위 폐기물 가운데 1000그럼을 내년 초 우선 완공되는 경주 방폐장 내 지상지원 시설에 작업을 실시하고 공사가 끝나는대로 동굴 내부시설인 '사일로(Silo)'에 영구 저장한다는 방침이다.

◆주민 갈등에 자칫 불똥튀나

우여곡절 끝에 조만간 방폐장 건설이 가시화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는 많다. 특히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빠른 시일 안에 풀어야만 하는 과제다.

우선 백상승 경주시장이 공론화 입장을 내비쳤던 한수원 이전부지에 대한 재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는 시외곽 동경주(양북면·양남면·감포읍)와 시내권 주민들 간 갈등을 겪다가 동경주 주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경주시가 주민주장을 받아들이면서 2006년 12월말 양북면 장항리 일대 4만7000여㎡로 결정됐다.

그러나 경주 시내권 주민들은 부지 결정 이후에도 꾸준히 도심이전을 주장해 왔고 최근 백 시장의 발언으로 재논의에 불을 당겼다는 지적이다.

또 경주시의회 이진구 의장도 제2기 의장에 선출된 뒤 한수원 입지에 대한 재검토 의견을 피력하는 등 가세했다.

이에대해 양북면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 이전지에 대한 재논의는 절대 불가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내권 이전을 주장해 온 단체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아 시내권과 시외곽 주민 사이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시내권에서 집단 움직임이 나타나면 2006년 동경주와 시내권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 관계자는 "경주 방폐장 건설문제와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결정 문제는 다른 사안"이라며 "본사 이전의 경우 전적으로 경주시의 결정에 따르는 만큼 방폐장 건설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주 어업인들도 한수원이 주민과 협의없이 방폐장과 관련한 항만 방파제와 방폐물 운송선박의 규모를 변경했다고 주장, 한수원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어민들은 "한수원이 방파제 길이를 당초보다 2배 증축한 100m 규모로 건설하고 방폐물 운송 선박도 당초 1800톤 규모에서 2600톤급으로 설계했다"면서 "방파제 증설에 따라 생태계 파괴는 물론 모래 유실 등으로 어업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또 "한수원이 지난달 협의키로 한 방폐물 운반선 항로 개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지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이들 사항은 주민과의 협의대상은 아니며 피해보상협의와 설명회 당시에는 항반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방파제 규모는 기술제안서를 받았을 때 50m 규모엿으나 용역계약에서 최종 100m로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설에 대한 안전문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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