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제조업 세계 4강의 길

입력 2019-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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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경기도의 한 공단에서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스마트화, 친환경화, 융복합화 등 3대 전략으로 제조업을 혁신해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개의 스마트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친환경 산업도 수소경제를 중심으로 주요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 이업종 간 융복합을 본격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정부의 제조업 부흥전략은 우리 경제가 미래 산업발전을 선도해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제조업은 경제발전의 근간이다. 제조업이 발전을 멈추면 경제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진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이 이를 입증한다. 더구나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혁명도 제조업과 융복합이 없으면 허상으로 끝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조선,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구조적 위기를 맞았다.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신산업의 발전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에 반해 주요 경제 국가들은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며 산업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중국의 제조 2025,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등의 전략은 고속의 신산업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미중 무역전쟁까지 일으키자 무력화한 우리 경제는 추락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정부의 제조업 부흥전략은 때늦은 따라하기로 보통 빠른 속도로 추격하지 않으면 성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 부흥전략은 정부의 선언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정부는 지난 2년간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의 잘못을 인정하고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과도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정부의 경영 관여 등 반시장적인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해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악화한 것은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해 양극화가 악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당연히 소득주도성장 대신 혁신성장을 주요 정책기조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지원하는 선심정책의 성격을 띤다. 이런 정책을 주요 기조로 두고 제조업을 부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책기조의 전환과 함께 절실한 것이 기업 환경 개선이다. 정부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노동개혁을 추진해 기업들의 창업과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조세 부담을 줄이고 금융지원도 효율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제조업 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 및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기업들이 곳곳에서 일어나 새로운 산업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현재 우리니라는 기업 환경이 악화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탈한국 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공동화가 본격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성장동력이 꺼진 경제가 추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기업환경 개선을 서둘러 해외 진출한 기업과 외국 기업들이 앞을 다퉈 국내로 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바꿨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은 출범 이후 견지해온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개별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새로운 산업 발전이 시급하다. 정부가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히 세계 4강을 목표로 하는 제조업의 부흥은 경제의 공급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서 재정정책으로 수요구조를 바꾸는 소득주도성장과 전면 배치된다. 신임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기존 정책에 연연하면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 기업과 산업 현장부터 살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이 선포한 제조업 부흥정책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 산업발전의 새로운 미래를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이 경제를 쓰러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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