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물에 비춰본 내 얼굴 (1)

입력 2019-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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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5월은 그리운 얼굴이 많은 달이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이 그립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고, 스승의 날이면 아련한 추억 속의 옛 스승이 그리울 것이다. 그리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면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민주영령들이 그립다. 부모를 잃고 자식을 바친 사람들의 마음이 오죽할까? 내게 그리운 사람이 있듯이 남에게는 더 큰 아픔과 그리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꿈에서라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가슴으로 품어 안아야 할 것이다.

그리움은 속세의 인연을 끊고 출가한 스님들도 끝내 버릴 수 없는가 보다. 서산대사처럼 불심이 깊고 법력이 높은 스님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으니 말이다. “어머님 곁을 떠난 후, 도도히 흐르는 세월은 멀어졌는데 우물 바닥에 아버님 얼굴이 보여서 깜짝 놀랐네, 늙은 이 아들의 얼굴이 아버님 얼굴과 너무 닮아서!(一別萱堂後, 滔滔歲月深. 老兒如父面, 潭底忽驚心.)” 서산대사의 ‘고영유감(顧影有感:그림자를 들여다보고)’이라는 시이다. 비록 속세를 떠난 서산대사이지만 어느 날 우연히 고향 마을을 지나는 길에 문득 고향집 생각이 나서 옛 집에 들렀나 보다. 집 앞에 있던 우물을 들여다보고선 깜짝 놀랐다.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우물물 위에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다름이 아니라, 그 옛날 어릴 적에 보았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나이 들수록 부모님은 더욱 그리워지는가 보다. 밥을 먹을 때마다 유난히도 이마에 땀이 많이 흐르는 자신을 보며 ‘그 옛날에 우리 아버지도 꼭 이랬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아버지를 꼭 닮은 탓에 남달리 재채기를 많이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문득문득 아버지가 그립고 또 어머니가 그리운 건 나 또한 부모님처럼 늙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5월이 가기 전에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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