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학생들은 공부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이지만 필자가 보기엔 요즈음 학생들이 다 그렇게 공부하느라 힘든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학생들 중에는 자기계발의 의지가 없이 그야말로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일 없이 밥만 축냄)’하며 시간을 허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책은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고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이곳저곳 사이트에 들락거리거나 오락게임을 할 뿐, 컴퓨터를 이용하여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일을 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대학생이라면 기본으로 해야 할 ‘한글’이나 ‘엑셀’ 프로그램에도 익숙하지 못한 학생이 있다.
그런가 하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도 지식은 많을지 모르나 지혜를 터득하고자 하는 학생은 드문 것 같아서 답답할 때가 많다. TMI(Too Much Information)라고 할 만큼 잡다한 지식은 많지만 그런 지식을 잘 꿰어서 지혜로운 삶을 사는 바탕으로 활용하려 하는 학생은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인성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쨌든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만 부추기며 남보다 많은 지식의 양이 곧 남을 이기는 길이라는 교육을 받다 보니 지식은 늘었지만 지혜의 샘은 오히려 막혀 버린 것 같다. 중국 청나라 때의 시인인 원매(袁枚)는 “서다이옹 고내멸등(書多以壅, 膏乃滅燈)” 즉 “책을 많이 읽었으되 지혜의 샘이 막혀 있으면 기름이 곧 불을 꺼 버리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다. 통에 가득한 기름 위에 작은 불씨 하나를 던져본들 그 불씨는 기름을 태우지 못하고 오히려 기름에 파묻혀 꺼져 버린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도 학부모도 우리 학생들에게 지식에 의해 오히려 지혜가 막히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壅:막힐 옹, 膏:기름 고, 滅:꺼질 멸, 乃:곧 내, 燈:등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