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원래 영국 토착어가 아니었다
게르만족이 건너올 당시인 기원전 6세기 무렵 영국에는 유럽 북부에서 켈트족이 침입하여 영국에 정착하고 있었고, 이들을 브리튼족이라 부른다. 통상 영국의 원주민은 이들을 말한다. 게르만족이 영어를 들고 영국 땅을 밟았을 때 영국에는 앵글족, 색슨족, 주트족 등 최초의 부족들이 사용하던 지역 언어가 있었고 이들 가운데 어느 언어가 우세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당시 켈트어가 다소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켈트어는 기원전 55년 카이사르(시저)의 영국 지배로부터 로마군이 449년까지 머물렀기 때문에 라틴어의 잔재가 켈트어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영어가 두각을 나타내는 데 200~300년이 걸렸으며, 특히 영어의 강력한 경쟁력은 교활함 즉, 먹성이었다. 주변 언어를 무자비하게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영어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오늘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대략 100여 개가 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고대영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목록 가운데 예외는 스칸디나비아어에서 온 세 단어(they, their, them)와 프랑스에서 온 한 단어(number)뿐이다.
영어가 차용한 언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독교가 영국에 전해졌고 아울러 교회에서 사용하던 라틴어와 라틴어 속에 들어 있는 그리스어를 영어는 받아들인다. 엔젤, 미사, 비숍, 몽크 등과 같은 단어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교회가 영어에 기여한 바는 문자를 채택토록 한 것이다. 부유한 주교들은 로마에 가서 그림과 책 그리고 성인들의 유물을 갖고 왔는데, 이때 함께 들어온 것이 로마의 알파벳이다. “문자만이 언어를 보호할 수 있다. 문자는 후손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준다. 그리고 모든 경계선을 넘을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로마자 알파벳은 고대 영어의 알파벳의 기초가 되고, 문자로 표시되기 시작한 영어는 성장의 날개를 단다.
영어는 바이킹족의 침략을 견뎌냈고 프랑스 침입도 이겨냈다. 설령 권력을 지배층이 가졌을지 모르지만 영어는 오히려 침입자들의 언어를 차용해 풍성함을 더해갔다. 특히 영어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언어는 프랑스어다. 1066년 프랑스 노르만디 공국의 듀크 윌리엄에 의해 잉글랜드가 정복되면서 지배층은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하층민은 영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는 마치 영어를 없애버릴 것 같은 권력을 갖지만 결국 영어는 살아남는다.
영어라는 언어의 발전에는 작가 제프리 초서와 셰익스피어가 큰 기여를 했다. 이들보다 훨씬 더 큰 기여를 한 인물은 목숨을 걸고 라틴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존 위클리프였다.
오늘날 영어의 종주국은 미국이다. 원주민 영어, 흑인 영어, 서부 영어 등이 어우러지면서 미국 영어의 힘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저자의 추계치에 의하면 영어의 가치는 617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2745조 원의 독일어와 1845조 원의 일본어가 뒤를 따른다. 사용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는 647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모국어와 제2외국어를 포함해서 영어 사용자 수는 최대 15억 명에 달한다. 영어의 역사를 아는 일은 언어에 대한 깊이와 흥미를 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8개 장은 연대기 순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영어가 차용한 언어나 특별한 역사를 차근차근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유려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