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고유가 시대의 선택, 벤츠 S320 CDI

입력 2008-07-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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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기름 넣기가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젠 휘발유이든 경유든, 리터당 2천원 미만으로 넣을 수 있는 주유소를 찾는 일은 거의 포기해야할 정도다. 가히 ‘3차 오일쇼크’와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고급차, 특히 대형차 오너들이 크게 위축되게 마련이다. 아무리 돈 많은 이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붙는 격으로 기름을 소모하는 대형차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만나본 벤츠 S320 CDI는 여느 대형차처럼 ‘기름 먹는 하마’가 아니었다. 이 차가 기존 벤츠 S클래스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 점이다.

벤츠는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다. 커먼레일 디젤은 기존 디젤 엔진의 최대 단점인 진동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이 엔진 개발 이후 승용 디젤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S320 CDI는 외관이나 실내에서 다른 S클래스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벤츠가 자랑하는 통합 컨트롤러인 커맨드(COMAND) 시스템과 계기판,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등에 한국어가 지원되며 블루투스도 지원한다.

가격은 S클래스 가운데 가장 싼 편이지만 궁핍해보이지는 않는다. 기존에 수입되던 S클래스(롱 휠베이스 버전)보다 휠베이스는 130mm, 차체길이는 120mm가 짧아진 것이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다.

320 CDI 엔진은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55.0kg·m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 모델과 제원과 성능 면에서 가장 근접한 가솔린 모델로는 S350을 들 수 있는데, S350은 각각 272마력과 35.7kg·m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즉, 출력에서는 S350이 확실히 우월하지만 최대토크는 S500을 능가할 정도로 동급 최강을 자랑한다.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 특유의 ‘가르릉~’하는 소음이 나지막히 들려온다. 그러나 S320 CDI의 소음은 동급은 물론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젤 승용차 중 가장 조용한 편에 속한다. 저속에서 약간 묵직하게 나가는 모습에서 디젤 엔진의 성격을 드러내지만, 토크가 워낙 높아 이런 느낌은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다.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7.8초로, 배기량이 더 높은 S350이 7.3초인 것을 감안하면 손색없는 성능이다. 그러나 S320 CDI의 진가는 이러한 수치보다는 체감 가속력이 높다는 데 있다. 320 CDI 엔진은 최대토크를 1600~2400rpm에서 뿜어내 중저속 구간에서 특히 강하다.

이 차는 연비로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공인연비가 10km/ℓ에 이르는 덕분에, 주유 후 가능거리를 체크해보니 계기판에는 무려 1000km가 찍혀 나왔다. 연료탱크 용량이 90ℓ니까 한번 주유하면 20만원은 족히 나오겠지만, 비슷한 배기량의 S350이 8.3km/ℓ를 기록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디젤 엔진은 정속주행 시 연비가 높아지므로 장거리 주행이 많은 이에게 특히 유리하다.

S320 CDI은 국내에서 저공해 자동차로 등록되어 5년 동안 환경개선 부담금을 면제 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저공해차는 공영 주차장 이용 시 50% 주차요금 감면 혜택과 함께 혼잡 통행료 50% 할인 등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S320 CDI는 경쟁모델은 수입 고급세단 중 가장 돋보이는 성능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폭스바겐 페이톤 3.0 TDI보다 출력과 토크에서 앞서며, 푸조 607 HDi나 재규어 XJ 2.7D 또한 S320 CDI의 경쟁상대는 되지 못한다.

다만 S320 CDI는 가격 또한 경쟁차보다 너무 돋보이는 게 문제다. S클래스 중에는 가장 저렴한 1억3390만원이지만, 이는 폭스바겐 페이톤 3.0 TDI(8990만원), 재규어 XJ 2.7D(9200~9500만원)보다 상당히 비싼 것이다. 배기량이 더 높은 아우디 A8 4.2 TDI(1억4070만원) 정도가 유일하게 더 비싼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연비 좋고 파워가 뛰어난 S320 CDI는 고유가 시대에도 대형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 가격대의 차를 구입하고 싶은 이에게 1순위로 추천하고 싶은 차가 바로 S320 CDI다.

메르세데스 벤츠 S320 CDI

레이아웃-------앞 엔진, 뒷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 V6 3.2ℓ 디젤 터보 엔진, 235마력/55.0kg ․ m 자동 7단

길이×너비×높이-5089×1870×1475mm

서스펜션 앞/뒤--4링크/멀티 링크

타이어 앞, 뒤---앞 255/45R18, 뒤 255/45R18

연비, 가격------10.0km/ℓ, 1억3390만원

BEST---------뛰어난 경제성과 폭발적인 토크감각

WORST-------차값이 조금만 더 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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