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70원대로 치솟으면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변동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탓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1508억 원을 사들인 반면 주식 선물시장에서는 8804억 원(1만2366계약)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당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0.74% 내린 2196.32로 마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선물 매도가 대량 출회했고, 기관 프로그램 매도로 이어져 지수가 하락했다”며 “증시에서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환율이 크게 오르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국내증시가 좋다기 보다 신흥국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면서 일부가 한국에 배분된 효과로 볼 수 있다”며 “환율이 상승하자 외국인이 환 손실 경계심에 선물시장에서 매물을 대량 내놓은 것으로,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본격적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이 달러당 1140원대를 넘어선 4월 22일 이후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8거래일 중 5거래일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0.92% 하락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이후 환율에 따른 외국인 자금 흐름을 보면 1150원 아래에서는 매수, 그 위에서는 매도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특히 올해 1∼3월 국내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을 살펴보면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조세회피 지역 자금이 3조3000억 원으로 전체 유입액의 68%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지펀드 자금은 환율이 상승할 때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하락할 때 들어오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4월 중순 이후 나타난 달러 강세에 더해 국내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국내증시에서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됐다”며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좋지 않아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서상영 연구원은 “곧 유로존과 중국 등의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는데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지면 달러 강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곤 연구원도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나오면 위안화 강세 등으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환율 요인이 시장에 많이 반영된 상태이기에 환율이 다소 진정되는 게 확인되면, 최근의 코스피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경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며 “국내 경기 흐름이 취약하고 코스피 고평가에 따른 부담도 매우 커진 상황이어서 향후 환율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