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나락(奈落)

입력 2019-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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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연일 윤중천·김학의 사건과 마약과 성매매와 성접대, 강간 사건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많은 부와 영광을 누렸으나 스스로 잘못된 길을 걸음으로써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보도이다.

나락은 한자로 ‘奈落’ 혹은 ‘那落’이라고 쓰는데 국어사전은 ‘지옥’이라고 풀이하면서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태어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라는 해석과 함께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도 붙여놓고 있다. 나락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에 있다고 한다. 어떤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해석에 의하면 ‘naraka’의 ‘na’는 ‘공허한’, ‘비어 있는’이라는 뜻이고, ‘ra’는 ‘얻음’, ‘소유’, ‘사랑’ 등의 의미이며, ‘ka’는 ‘영혼’의 의미라고 한다. 그러므로 na+ra+ka로 이루어진 naraka 즉 나락은 “가진 것도 사랑도 욕구도 없이 모든 것이 비어 있는 허무한 영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산스크리트어 ‘naraka’를 한자로 번역하면서 음역과 의역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어찌 나(奈 혹은 那)’와 ‘떨어질 낙(落)’을 써서 ‘奈落’ 혹은 ‘那落’이라고 번역하였으니 한자어 ‘奈落’이나 ‘那落’을 우리말로 다시 번역하자면 “어찌어찌 하다 보니 떨어지게 된 곳(구렁텅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타락하여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에 달려 있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정신의 청정성을 잃고 육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종욕적(從慾的:욕망만을 쫓아가는. 從:좇을 종, 慾:욕망 욕)인 삶에 빠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헤어나기 어려운 나락에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모든 길은 양방향으로 트여 있다. 빠지는 길이 있다면 나오는 길도 있다. 하루빨리 나락에 빠졌음을 자각하고 깊이 반성하며 정직하게 죗값을 치름으로써 나락에서 빠져나오려는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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