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곡우(穀雨)

입력 2019-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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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지난 토요일 즉 4월 20일은 곡우였다. 태양이 한 해 동안 지나는 길을 황도(黃道)라고 하는데 이 황도를 춘분을 기점으로 삼아 15°씩 나누면 24개로 나뉜다. 이렇게 나뉜 24개의 점에 태양이 위치하는 때를 24절기라고 한다.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로 음력 3월 중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는 ‘穀雨’라고 쓰며 각 글자는 ‘곡식 곡’, ‘비 우’라고 훈독한다. 곡식 심기에 이로운 비가 내리는 철이라는 뜻이다. 곡우 철이 되면 모판에 뿌릴 볍씨를 담그는 일로부터 1년 농사일이 시작된다. 커다란 항아리나 통에 볍씨를 담그면 잘 여물지 않은 볍씨는 물 위로 떠오른다. 이런 불량 볍씨는 걷어 내고 충실한 볍씨만 물에 담가 볍씨가 싹이 트기 좋을 정도로 물에 불린다. 이렇게 불린 볍씨를 논흙을 고르게 다듬어 만든 모판, 즉 못자리에 뿌리면 거기서 볍씨가 싹을 틔워 자란다. 이 못자리에 1년 농사의 명운이 달려 있다. 못자리에 뿌린 볍씨가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면 논에 이앙해야 할 모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농사를 지어보지도 못하고 1년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볍씨를 담그는 일을 할 때면 농가에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몸을 정갈하게 하여 부정한 곳에는 아예 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부득이 상가에 다녀온다거나 부정한 일을 봤을 때에는 집에 들어오기 전에 대문 앞에 간단한 짚불을 피워 그 불 위를 건너오게 함으로써 일종의 소독을 하여 부정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농촌 풍경도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기계로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못자리 자체가 플라스틱 모판으로 변했다. 못자리에서 모를 떠다가 수십 명이 늘어서서 못줄에 맞춰 모내기를 하던 풍경이 그립다.

올해도 곡우 철 농사 준비가 잘 되어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다. 남는 쌀을 북한 동포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평화롭게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기를 더더욱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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