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껐다. 다만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도 일축하며 한동안 관망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로 가면서 성장과 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무역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우리가 봤던 대로 갈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하방리스크와 상방리스크가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일축했다.
그는 “앞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도 공급요인이나 복지정책 강화로 많이 낮아졌지만, 경기와 밀접 관련 물가는 꾸준한 상승 보이고 있고 하반기 이후에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 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총량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전원일치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낮췄다. 정부가 7조 수준 추경 편성하기로 했는데, 반영됐나? 안 됐으면 성장률 어느정도 끌어올릴지?
“연간 성장률을 낮춘 것은 1분기 중에 수출과 투자의 흐름을 보니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해서 이걸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는 추경 포함해서 재정지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앞으로는 완화될 것으로 보여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 추경 논의가 되고 있지만,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4월 전망에는 반영 안 했다. 전망에 반영하려 한다면 추경의 규모나 구성내역, 지출시기 등이 확정돼야 되기 때문에. 다음 번 전망 조정 시에는 효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통방문에서 완화 정도 추가 조정 여부 향후 성장 물가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 이 문구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문구 삭제 배경? 금리인상 깜빡이 껐다고 해석?
“완화 정도 삭제 이유는 최근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고려해볼 때 지금부터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방향성을 사전에 정해두기 보다는 불확실성,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그대로 갈지 지켜보면서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가면서 성장과 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무역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우리가 봤던 대로 갈 수 있을지 이런 우려가 있다. 물론 상황이 악화되면 하방리스크 될 수 있고, 반대로 미중무역협상이 상당히 원활히 타결이 된다든가 추경편성이 확정된다든가 하면 이 또한 경제 상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하방리스크, 상방리스크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수준, 앞으로의 증가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없는지 때문에 경계감을 유지해야겠지만, 최근 거시건전성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방향성 정하지 말자 한 것. 다만 이런 문구를 삭제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성장전망 하향, 물가전망 하향. 저성장 우려? 향후 이같은 요인에 따른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상당히 낮다고 보고 있다. 물론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중반으로 떨어져서 그런 우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낮아진 원인, 앞으로 여건 등을 감안해보면 일부 우려하듯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다. 디플레이션이라고 하면 가격이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정의. 최근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는데, 그 이유는 석유와 농축산물 가격 약세 등 일시적인 공급요인, 그리고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주로 기인한다. 이런 걸 제거하고 경기 상황과 관련이 높은 물가지표를 따로 놓고 분석해보면 그런 물가는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앞으로도 보면 임금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공급 측면의 물가 하방 압력이 그간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는데 완화되면서 1%대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나설 상황 아니라는 말씀. 아직도?
“이번 성장전망 물가, 금융안정 상황 이런 것을 다시 짚어봤다. 그래도 이러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1분기 중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점을 반영해 금년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췄지만, 앞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도 공급요인이나 복지정책 강화로 많이 낮아졌지만, 경기와 밀접 관련 물가는 꾸준한 상승 보이고 있고 하반기 이후에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대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사실이지만, 총량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여전히 금융안정 상황도 경계심 갖고 있다.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물량수출 2~3월 감소 지속. 향후 수출 회복 가능성? 반도체 부분 회복 가능성?
“1분기 중에는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도 크게 낮아졌다. 하반기로 가면서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하반기 이후에 회복 되도 연간 전체로 보면 물량 기준으로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는 조금 낮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반도체. 반도체도 전문 기관의 전망은 참고한다. 종합해보면 부진했던 반도체의 부진상황은 일시적 조정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살아나면서 반도체 경기도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를 아직도 다수 기관에서 밝히고 있다. 실제 3월 중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의 수출 물량 회복 속도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수의 전문기관들의 하반기 회복 전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회복되기를 바란다. 지난번 기자간담회 때 말씀드렸듯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 회복돼도 시기가 하반기보다 뒤로 가지 않겠느냐, 속도도 그렇게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을 인용했었다. 반도체 경기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현단계에서 많이 줄었다고 봐도 되나
“금융안정성에 대한 평가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둔화. 주택경기나 정부의 강력한 복지정책의 결과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지디피 기준으로 100% 정도 되고, 어떤 기준으로 봐도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고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하는 경고도 일부 기관에서는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명목소득을 넘어서는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은 빨리 개선돼야 겠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소득을 웃도는 증가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개월간의 가계부채 증가 둔화를 갖고 통화정책 얘기하는 건 성급. 금융안정에 대해서 경계 늦출 수 없다.”
△주식시상 역대 최장 랠리. 경기둔화가능성 나오는 상황에서 외인 자금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 채권시장은 경기 둔화 쪽에 배팅. 상반된 방향에 대해.
“지난달 말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상당폭 상승했다. 외인 투자자금 큰 폭으로 들어온 것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 미 연준이 완화기조로 돌아선 영향, 중국경제가 정부의 여러 정책에 힘입어 경제지표가 생각보다는 개선되고 있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한다. 채권시장은 월별로 보고 있는데, 경기둔화에 배팅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행태는 글로벌 금융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자금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취업자 수 숫자 조금 회복됐긴 하지만 고용 보는 시각 불안한데.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 명을 넘어서는 증가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는 고용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업 폭이 컸고, 도소매 숙박음식 감소폭이 준 데 주로 기인한다. 하지만 주력제조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조선 쪽의 고용상황은 구조조정과 업황이 부진한 데 따른 영향으로 인해 아무래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령별로 봐도 취약하다.”
△3월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 언급. 1월 기자간담회에서 해명했지만, 관련 논란 지속되는데 입장 확실히 밝혀달라.
“그때 질문이 있어서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씀. 기자간담회 때도 말씀드렸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많다. 그야말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우리 경제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엄중한 경제 현실 고려할 때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경제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 훨씬 많고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장단기 금리 역전, 이에 따른 아래공포 이슈된 적 있다. 최근 들어 정상화되긴 했지만 오늘 금통위에서 완화 정도 축소 조정 문구 빼면서 3년물 금리 3bp 빠져 거래되고 있는데, 기준금리와 역전. 이런 금융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장단기금리 역전 보면 금리인하 압박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장단기 금리 역전은 선진국에서도 있었고 미국에서도 3월 하순에 일시 역전됐다가 과도하다는 평가 나오면서 다시 역전 해소된 적 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리세션에 대한 공포는 과도하다는 것이 모든 기관의 모든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리세션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고 연간성장률전망치가 1분기가 예상보다 안 좋았기 때문에 조정했지만 앞으로 성장은 잠재수준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추경 기정사실화. 일부 전문가들은 추경 하면 경기부양 위해 한은도 금리 인하 하는 것이 맞다, 금리 인하 해야한다는 견해 많다. 한편으로 추경 하면 경제성장률은 올라갈 수 있고 한은이 잠재성장률 수준 다시 전망할 수도 있으니까 가계부채 문제 생각하면 금리인상도 하나의 선택지. 추경 집행하면 인하, 인상 어느 쪽이 폴리시믹스에 가깝다고 보나?
“도식적이고 그런 해석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경하니까, 같이 따라가야하지 않나 그런 식의 예단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성장세가 앞으로 예상했던 흐름이 이어지면 금리 인하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