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설립자, 7년 만에 전격 체포…미국 송환 직면

입력 2019-04-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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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 미 전쟁 관련 기밀문서 70만건, 외교 전문 25만 건 폭로해...트럼프 “난 아무것도 몰라” 발뺌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 밖에서 런던 경찰에 체포된 후 경찰 승합차를 타고 있는 모습. 런던/로이터연합뉴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 설립자가 영국 런던에서 전격 체포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어산지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성명을 통해 “어산지는 망명과 관련한 국제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보호 조치 철회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국 경찰은 에콰도르 대사관 진입을 허용받아 7년 만에 어산지를 체포할 수 있었다.

호주 국적의 어산지는 2012년 6월부터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자 신분으로 생활해 왔다. 그는 과거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영국 대법원이 그에게 스웨덴 송환 판결을 내리자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것이다. 스웨덴 법원은 2017년 5월 이미 어산지의 성범죄 혐의 수사를 중단해 수배를 철회했다. 그러나 어산지는 2012년 법원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아직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어산지는 현재 런던 경찰이 구금하고 있으며 그는 영국에서 사법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은 이날 오후 의회에 출석해 어산지 체포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어산지는 2010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70만 건, 미 외교 전문(全文) 25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폭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기밀정보 폭로로 기록돼 어산지는 미국에서 1급 수배 대상에 오르게 됐다.

미 법무부는 이날 어산지가 런던 경찰로부터 체포된 소식을 접한 뒤 그를 컴퓨터 해킹·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 법무부는 영국 측에 어산지를 송환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다만 모레노 대통령이 어산지를 사형이 합법인 나라로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은 뒤에서야 영국 정부에 어산지 체포를 허락해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앞서 위키리크스를 칭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산지 체포 소식을 접한 뒤 과거와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나는 위키리크스를 사랑한다” “위키리크스는 보물창고 같다” “나는 위키리크스를 즐겨 읽는다”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에서 어산지 체포 관련 질문을 받자 그는 “나는 정말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법무부가 결정할 일이다”라고 발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내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넘겨 폭로하기 전 트럼프 캠프와 사전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러한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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