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에 피켓 던지고 환호하자 한쪽선 야유가…헌재 앞 이모저모

입력 2019-04-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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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낙태 찬성과 반대 진영 릴레이 기자회견…별다른 충돌 없어

▲11일 오후 3시 11일 오후 3시 임신 초기 낙태를 면 금지하는 형법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공동행동 기자회견 사회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며 미소를 보였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역사는 진보한다!”

11일 오후 3시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형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발표하자, 낙태죄 폐지 촉구를 위해 모인 시민들은 환호를 질렀다.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 23개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은 헌재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 “우리는 승리했다!”라고 외치며 서로를 껴안았다. 일부 회원들은 기쁨의 눈물을 보이며 ‘낙태죄를 폐지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하늘 위로 던졌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낙태죄 폐지 촉구 릴레이 기자회견과 낙태죄 폐지 반대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안국역 근처를 관광하던 외국인들은 헌법재판소 앞 광경이 신기한 듯 경찰에게 무슨 일이냐고 질문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호기심을 보였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공동행동 사회자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경제 개발과 인구 관리를 위해 생명을 선별하고 여성을 통제·대상화해 그 책임을 전가해온 지난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중대한 결정”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벅찬 감정을 전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대리인단 김수정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보호 의무도 중요한 국가적 의제지만, 자기 결정권 보장 없이는 실질적인 보장이 안 된다"라면서 "임신·출산·양육에서 일차적인 주체는 여성이고, 그것을 존중하는 원칙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같은 날이 왔다는 것이 감격스럽다”면서 “전날까지 진행됐던 낙태죄 폐지 촉구 1인 시위에 많은 시민이 참여해주신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카메라와 마이크를 가지고 현장을 생중계하는 1인 유튜버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들은 “여러분, 제가 지금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시간으로 공동행동 회원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찍었다. 한 유튜버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 여성 인권 콘텐츠로 1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에 나왔다”라고 말헀다.

이날은 이른 오전부터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각계 릴레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오전 9시 청년 학생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종교계 기자회견, 청소년 기자회견, 성과재생산포럼 기자회견, 교수연구자 기자회견, 장애계 기자회견, 진보정당 기자회견, 의료계 기자회견이 연달아 진행됐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회원 김모 씨(72)는 “태아의 생명권을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헌재가 낙태죄는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같은 시각, 공동행동 회원들 기자회견장 반대편에서는 낙태죄 폐지 반대 시위가 열렸다. ‘진짜 사나이는 자신의 아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낙태 반대! 당신은 살인자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던 시위자들은 공동행동 회원들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박현민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무책임한 남성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페미니즘 단체는 해산해야 한다”면서 “태아를 두고 협상하는 살인자들아, 정신 차려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는 “오늘의 판결은 정치가 생명과학을 이긴 것”이라면서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여전히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낙태하지 않고 태아의 생명을 지킴으로써 여성의 신체, 정신적 건강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지만 신체적, 언어적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이날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 기자회견이 오전부터 지속됐지만, 시위 참여자들 간 신체적‧언어적 접촉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경찰들이 설치해 둔 노란색 바리케이드 선 안에서 질서 있게 진행됐고, 안국역 근처를 지나가는 외국인과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집회 현장을 구경했다.

이날 운현궁을 구경하러 왔다가 마이크 소리가 크게 들려 집회 현장을 구경하러 왔다는 일본 관광객 미츠키(34)는 “일본은 몇몇 지정된 병원에서만 낙태할 수 있게 제한을 두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제 그런 식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면, 여성들이 위험한 수술을 불법으로 몰래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종로구 주민 이모 씨(63)는 “헌재 앞에서 올해 초부터 낙태죄 폐지 찬반 시위가 계속 열려 없던 관심이 생겼다”면서 “낙태죄가 폐지되면 이제 젊은 사람들이 더 성관계에 대한 조심성을 잃고, 피임도 소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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