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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광고 하나로 회사 이미지, 역전만루홈런!...이미지 광고의 세계

입력 2019-04-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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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례에서 보게 될 전설적인 이미지 광고. 고리타분한 느낌의 건설사 이미지를 깨는데 성공한 대림산업의 광고였다. (출처=유튜브 캡처)

‘이미지 광고’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광고다.

뜻깊은 일을 하고 있다거나,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회사라는 모습을 어필하거나, 그냥 단순히 보기에 멋있거나 감동을 주며 회사에 대한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주력하는 광고들이다.

후술할 광고들은 그간 [옛날광고로 보는 경제]에서 다룬 다른 광고들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시점인, 약 10여 년 전의 광고들이다.

◇Case1.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창조해 내는 이미지 광고

대림산업이라는 국내 3위(2018년 시공능력평가 기준)의 건설사가 있다. 우리에겐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로 더욱 익숙하다. 이 회사에서 만든 전설적인 이미지 광고가 있다. 바로 2007년 극장광고로 제작된 ‘e편한세상’ 브랜드의 이미지 광고다.

DJ 이창의, 비트박스 은준, 비보이 팀 라스트 포 원(Last for One), 그리고 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 이들이 함께 공연하는 곡은 바로클래식 음악, ‘캐논 변주곡’이다!

혹시라도 못 보신 분들은 필히 시청하시길 권고한다. 12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보기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영상미와 음악성, 말 그대로 동서고금(東西古今)이 완벽히 어우러진, 이미지 광고의 모범적인 예다.

▲비트박스로 리듬을 맞춘 가야금 연주.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출처=유튜브 캡처)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식의 창의적인 마스터피스는 경직된 조직문화에서는 탄생할 수가 없다. 당시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던 임원이 실무 담당자들에게 내린 지시는 단 하나. “보고 절차 없이 광고의 전권을 위임할테니, 우리 브랜드의 모토인 ‘Fun하고 Cool한’ 광고를 만들어 와라”.

실무진들은 세계대회 우승 비보이팀 라스트 포 원의 섭외부터 나섰다. 클래식 곡에도 춤을 출 수 있는지 여부부터, 이들과 음악적 호흡이 맞는 DJ와 비트박서의 섭외, 지나치게 서양문화 위주 일변도를 탈피하기 위한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의 섭외 등….

네 개의 다른 음악 장르를 연주하는 서로간 협연 경험이 없는 팀들, 광고 외주업체, 그리고 건설사. 수십, 수백 번의 아이디어 회의와 조율 끝에서야 ‘가야금 캐논변주곡’ 광고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가야금으로 연주한 캐논변주곡을 디제잉하며 거기에 춤을 추는 비보이들.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출처=유튜브 캡처)

아니나 다를까 이 광고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 됐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당시 출시한 자사 카메라의 데모 영상에 우리나라 전통과 외국의 모습이 어우러진 이 영상이 걸맞을 것 같다며 이 광고를 사 가기까지 했다.

사실 이것만 해도 대단한데, 더 대단한 일도 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같은 동-서양, 혹은 고전-현대 예술의 퓨전 트렌드가 바로 이 광고의 파급효과로 인해 당대에 유행하는 문화사조로 자리잡았던 것.

새로운 문화사조를 일으킬 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팬시한 이미지 광고. 이 광고로 인해 당시 ‘e편한세상’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 어땠는지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Case2. 이미지 광고밖에 답이 없는 경우

KT&G라는 회사가 있다. KT&G‘코리아 투모로우 앤 글로벌(Korea Tomorrow & Global)’이라는 뜻이다. 이름을 보면 진취적인 기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종합상사 같기도 하고…국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연금공단 같은 공기관이란 느낌도 든다.

모두 아시다시피 KT&G의 'T'는 담배(Tobacco), 'G'는 인삼(Ginseng)을 뜻하는 것으로 인지된다. 이후 인삼 판매 부문은 계열사가 분리되면서 약칭의 의미이자 슬로건을 'Korea Tomorrow and Global'로 정립하게 된다.

▲"춤 추러 갈래요?" "네?(아니 이어폰이나 좀 빼지)" (출처=유튜브 캡처)

모델은 조승우와 서지혜. 소개팅을 하는 중이다. 서지혜는 이어폰을 꼽고 음악에 따라 그루브를 타고 있다. 조승우가 묻는다. “춤 좋아하세요?”(사실 아무리 춤을 좋아하는 분과 소개팅을 해도 앞에 여자가 이어폰 꼽고 춤을 추면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서지혜는 “춤추러 가실래요?”라고 응답하며 조승우를 당황하게 한다.

알고보니 서지혜가 말한 ‘춤’이란 독거노인 할머니의 빨래를 해드리는 ‘자원봉사’를 의미한 것. ‘나는 오늘 춤추는 천사를 만났다’는 조승우의 내레이션에 이어 본격 기업 어필.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합니다. 케이티앤지’.

▲근데 서지혜 같은 미인과 함께 뜻깊은 봉사를 하며 밤늦게까지 데이트 할 수 있다면, 소개팅에서 이어폰 좀 잠시 꼽고 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출처=유튜브 캡처)

재차 강조하지만 이 회사는 담배를 만드는 회사다. 광고 그 어디에서도 담배 꽁초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이 광고는 2005년경 제작됐다. 이 때만 해도 벌써 공중파 방송에서는 흡연 장면을 송출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근데 만약 흡연 장면을 송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흡연 광고를 송출할 시엔 비흡연자들에게 ‘담배로 건강 해치는 회사’라는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가 있기도 하다.

KT&G는 주력 상품을 TV 광고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지 광고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제한 조건 치고는 꽤나 성공적인 광고여서 KT&G의 이미지를 가슴 따뜻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었다. 결국 지금에 와서는 담배회사는 어떤 형태의 광고일지라도 아예 TV로 송출할 수 없게 법이 바뀌고 말았다.

◇Case3. 광고 하나로 열세 상황을 대역전!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한국 이미지 광고 역사상 가장 극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다 좋게 만든 위의 두 사례와는 달리, 경쟁사에게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을 일으킨 사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유일한 민항사인 대한항공이 민간항공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1980년대 말. 1988년 12월 23일 국내 두 번째 민항사인 아시아나 항공이 새롭게 출범하며 민간항공 시장은 경쟁 체제에 접어들었다.

▲아시아나의 출범 초기 캐치프레이즈는 '새 비행기'였다. 바꿔 말하면 대한항공은 '헌 비행기'라는 의미. (출처=유튜브 캡처)

출범 초기 아시아나항공의 캐치프레이즈는 ‘새 비행기’다. 새로 출범한 아시아나는 ‘새 비행기’를, 원래 있던 대한항공은 ‘낡은 비행기’라는 것이다. 당시 CF 문구를 들어보자.

‘안전운항과 편안하고 쾌적한 여행을 위해 새 비행기만을 고집하는 아시아나…’.

새 비행기 = 새 것 = ‘안전·쾌적’. 국내에 처음으로 형성된 민항사 양자대결 구도에서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던 프레임이었다.

아시아나 비행기의 기령(機齡)이 대한항공보다 낮았던 건 사실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꾸준히 새 항공기를 확보해나가지만, 이것은 이로부터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이었다. 민항기라는게 가격도 어마어마하고 구매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자전거라도 사듯이 손쉽게 늘려나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

게다가 새로 사도 문제다. “저희도 새 비행기 샀어요!”라고 주장해봐야 그간 '대한항공은 노후한 비행기를 운행해왔다'는 아시아나항공의 프레임에 제대로 말려드는 일일 뿐이다. 바로 이때 등판해야 하는 것이 이미지 광고다.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하~늘 가득히 사랑을~ 사랑을~' (출처=유튜브 캡처)

그 유명한 ‘하늘 가득히 사랑을’ 광고는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우선 이 광고는 노래가 좋다. 위의 두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미지 광고는 일단 음악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니까.

아름다운 승무원들의 편안하고 밝은 미소, 믿음직한 파일럿들, 한 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 까지 최선을 다하는 지상요원들,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다가올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대한항공을 타고 세계 곳곳을 즐겁게 누비는 여행객들.

▲'얼굴 가득히 미소를~ 미소를~ 미~소를' (출처=유튜브 캡처)

일단 이 광고를 보고나면 여간해선 ‘비행기의 평균 기령이 어쩌고,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면 저쩌고’하는 복잡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비행기 타고 놀러가고 싶어질 뿐이다. 광고 속 대한항공 직원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믿음직스러운 민항사라는 신뢰감까지 형성된다.

이후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에서는 ‘하늘 가득히 사랑을’ 시리즈에 대항할 만한 광고를 내놓지는 못했다, 아시아나 뿐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 업계, 아니 대한민국 광고의 역사상 이미지 광고가 이렇게까지 실효적인 성과를 낸 경우는 대단히 찾기 어려운 사례다.

여기까지보면 이미지 광고라는 게 굉장한 힘을 가진 듯 하다. 근데 아무래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혹시 최근 대한항공이 이미지 광고를 하는 걸 보신 독자분이 있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악재가 발생하면 이미지 광고가 약발이 안 듣는다. 오히려 '광고로만 번지르르하게...에잉 저런!’같은 질타를 듣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광고도 광곤데, 기업 이미지는 평소부터 잘 구축해 두어야 다시 반등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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