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50원 폭락...'실탄 확보' 및 장기 개입 우려
정부와 한국은행이 9일 외환시장에 '환율 협공'을 강행한 가운데 외환당국의 방어선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무려 27.8원이나 폭락하면서 1000원선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정부가 환율 개입을 선언한 지난 7일부터 사흘만에 무려 50원이나 폭락한 수치다.
이날 환율은 오전장 막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 공세가 펼쳐지면서 장중 한 때 1000원선이 붕괴됐다.
이후 환율은 다시 반등해 1010원대에서 공방을 지속하면서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었으나, 장 막판 정부와 한은은 구두개입과 함께 매도 매입을 통해 재차 환율을 1000원선으로 주저앉혔다.
결국 정부와 한은의 '환율 방어선'이 1000원선 아래쪽 세자리 환율임이 드러난 셈이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당국이 당국이 오전과 점심시간, 오후로 크게 세 차례에 걸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규모는 60억달러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개입 창구도 국책은행은 물론 2~3개 시중은행을 통해 매도 물량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는 구두 개입을 통해 '저환율 정책'에 대한 확실한 메세지를 시장에 전했다.
이날 오후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노력은 이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방적 기대 심리가 불식될 때까지 추가적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동수 재정부 제1차관 내정자도 이날 오전 경제·금융전검회의를 열고 "현재 우리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증시의 급락을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환율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즉 실탄이 얼마나 충분한 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물가와 증시의 안정'이라는 확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통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린다 점에서는 시장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개입이 현재로서는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같은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되는 게 바람직하며 시장의 환율 상승 요인을 차단하는 게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환율 상승 요인과 기대심리가 확실히 가라앉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정부 개입을 놓고 외환 당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