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와(令和)' 시대 시작하는 일본…‘연호’의 뜻과 사용 의미는?

입력 2019-04-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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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30년 만에 연호를 변경했다. 이로서 1989년부터 이어져온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막을 내리고 다음달 1일부터 '레이와(令和)'를 사용하게 된다.

일본 궁내청은 1일 오전 11시 30분 헤이세이를 이을 새로운 연호(元号), 레이와를 발표했다. 연호는 군주제 국가에서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이는 이름으로, 이번 연호는 645년 일본의 첫 연호 '다이카(大化)' 이래 248번째다.

새 연호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요슈(萬葉集)'의 내용에서 따왔다.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연호를 따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호(年號)란?

일본는 해를 세는 방식(기년법)으로 연호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의 연호는 새로운 일왕의 즉위와 함께 변경된다. 반면, 대부분의 나라는 예수의 탄생일을 기준으로 해를 세는 ‘서기’를 기년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에서는 때에 따라 단군의 탄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단기’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해를 기준으로 하는 ‘불기’ 등도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 연호인 ‘헤이세이’는 현 아키히토(昭仁) 일왕이 즉위하던 1989년 1월 7일에 제정됐다. 헤이세이에는 ‘안이 다스려짐에 따라 바깥이 이루어진다’는 뜻이 담겨있다.

올해 86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건강 상의 이유로 헌정 사상 최초로 '생전 퇴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나루히토 황태자의 즉위 시점은 2019년 5월 1일이다. 이로서 헤이세이 시대는 1989년 1월 7일에서 2019년 4월 30일까지 30년 2개월 25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메이지’, ‘다이쇼’, ‘쇼와’…현재까지 사용된 일본의 연호는?

일본의 연호 구분은 근대서부터 시작됐다. 전근대 시기까지는 일본 특유의 무인정권인 ‘막부’가 국가를 통치함에 따라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라는 막부의 이름으로 시대를 구분했다.

근대 들어 처음으로 쓰인 연호는 ‘메이지(明治)’였다. 1868년부터 1912년까지 메이지 일왕의 재위 시기 동안 쓰였으며, ‘밝은 곳을 향하여 다스린다’다는 의미가 담겼다. 일본의 왕은 생전에는 무츠히토, 요시히토, 히로히토 등의 본래 이름을 사용하다가, 사후에는 재위기간의 연호를 딴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 시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는 그 유명한 일본 문호 개방, ‘메이지 유신’이 있다. 재위 기간 동안 하나의 연호만 사용하는 ‘일세일원제(一世一元制)’도 이 시기에 확립됐다.

다이쇼 일왕 시기인 1912년부터 1926년까지는 ‘다이쇼(大正)’ 연호가 사용됐다. 연호엔 ‘바른 것으로 형통하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이 시기의 유명한 사건으로는 일본의 민주화 운동인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있었다.

1926년부터 1989년에는 연호 ‘쇼와(昭和)’가 쓰였다. 상당 기간이 일제강점기 기간과 겹치는 쇼와 시대 전반부에는 만주사변, 난징대학살, 태평양전쟁 등 수많은 일본의 전쟁범죄와 원폭 투하로 인한 패전 등이 있었다. 이후 한국전쟁을 계기로 패전을 딛고 미국에 이은 GDP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쇼와 시대 말기엔 거품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의 시작과 함께 ‘헤이세이’ 시대를 맞기도 했다.

한국사에서는 신라시대 이후로 연호가 쓰인 적이 없다. 동양사에서는 제국의 황제만이 연호를 제정할 수 있으며, 고려시대 이후로 제후국을 표방한 한반도 국가에서는 항상 중화 국가의 연호를 빌려 사용해 왔다.

오는 5월 1일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황태자는 58세로 일본 역사상 두 번째로 고령인 나이에 즉위하는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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