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퇴진, 금호그룹 재건에 돈 대다 경영악화…'유동성 확보 박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시아나의 경영위기가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금호그룹의 ‘돈줄’ 역할의 영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단이 아시아나의 자금 유출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산은은 28일 “박삼구 금호 회장의 긴급 면담요청에 응해 경영정상화 추진 방안에 대하여 논의했다”며 “이동걸 회장은 박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용퇴하기로 결정한 내용에 대하여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박 회장의 사임이 채권단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아시아나의 재무상태와 신뢰도가 악화한 것이 금호그룹의 지배구조와, 그 수장인 박 회장 때문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 회계업계 고위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자체의 현금흐름이나 영업실적에는 큰 무리가 없다”며 “채권단이 앞으로 아시아나에서 금호 그룹에 돈이 빠져나가느 걸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아시아나의 현금흐름 등급은 CF3(보통)이다. 현금흐름 창출 능력은 우수하지만, 장래환경이 악화되면 안정성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의 현금흐름 등급은 2016년 CF4(열위)에서 2017년 한 단계 오른 뒤 그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최근 “기존의 차입금에 대한 상환을 포함해 당장 (아시아나의) 자금 흐름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아시아나는 금호그룹의 ‘돈줄’ 역할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빚이 불어났다. 아시아나는 2006년 2500억 원 규모의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했다. 2008년에는 CJ대한통운 지분 매입과 그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1조5430억 원을 지출했다. 금호그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시아나를 통해 무리해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 상황이 안 좋아진 아시아나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다. 4년 뒤 졸업했지만, 부채비율과 경영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채권단은 “독자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박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는 또 다시 돈을 토해냈다. 박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당시 자금지원을 한 데 더해, 자회사 금호터미널을 금호산업에 2700억 원에 넘겼다. 당시 자산가치 8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치솟았다. 2012년 505.7%였던 것이 2015년에는 1000%에 육박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외부에서 신임 대표를 내세워 박 회장을 비롯해 금호그롭과 아시아나의 관계를 정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의 강도 높은 자산정리를 통해 그롭 내의 역할에서 떼어내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아시아나의 비주력 계열사로는 △아시아나개발 △금호리조트 △웨아히아포인트 △속리산고속 △금호고속 등이 대표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 계열사 중에는 금호그룹의 핵심사업들이 많다”면서도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처분하고 아시아나가 본연의 항공사업에 주력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지분 처분 등 추가적인 조처를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에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며 “최근 자율협약 단계에서 한진중공업의 경영악화에 대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강하게 책임을 물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