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 잃은 조양호 회장

입력 2019-03-27 10:44수정 2019-03-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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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권 방어에 실패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게 됐다.

2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5789명이 의결권을 행사했다. 총 7004만 946주로 의결권 총수(9484만4611주)의 73.84%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35.9%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했지만, 2.5% 가량의 찬성표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날 주총장에 모습을 보인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조양호 일가가 기내 면세품 납품 관련해서 회사에 196억 원 넘는 손해 입혔다”면서 “이 상황에서 이사회가 제대로 된 관리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 이사회가 결국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했으며,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돼 주주에게도 큰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투명하게 만들고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 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방안 내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항공 주식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율이 11.56%, 외국인 주주 20.50%, 소액 주주를 포함한 기타주주 55.09% 등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지난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권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전날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전문위를 열어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여파가 컸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첫 사례가 된 셈이다.

또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지분 24.77%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표심에 주목했다.

그러나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연임에 반대 권고를 한 점,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세 군데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점도 무시하지 못했다.

아울러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진행해 온 조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참여연대 등과 뜻 함께하기 위해 왔다”며 “땅콩 회항 사건부터 지금까지 조양호 회장 일가의 황제 경영으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평판은 추락하고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이사회는 어떤 논의를 했고 조치 취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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