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경제상황 인식 정말 우려스럽다

입력 2019-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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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주요 경제 현안을 보고받으면서, “경제활력 제고와 혁신성장 노력을 차질없이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2월 고용증가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민간 일자리 확충이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규제개혁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강조했다.

적절한 정책 방향의 제시다. 그럼에도 절박한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경제 현실 인식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여전히 낙관론에 묻힌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도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경제의 견실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늘었고, 경제 심리지표가 상승했으며, 취업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한 배경은 알 만하다. 통계청의 1월 산업생산 동향 조사 결과다. 올해 1월 생산과 투자, 소비가 3개월 만에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생산이 0.8%, 소비 0.2%, 투자는 2.2% 늘었다. 하지만 작년 11∼12월 이들 지표가 마이너스였던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설 명절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특히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6%의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8개월 연속 하락했다. 1971~197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얘기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2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만3000명 증가하긴 했다. 그러나 고용사정이 더 나빠졌다. 실업자가 130만3000명으로 3만8000명 늘고, 실업률도 4.7%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가 증가한 곳은 보건·복지서비스업에서 23만7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이 1만7000명이었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39만7000명 급증했다.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지속성없는 단기 공공 일자리다. 반면 민간의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는 15만1000명, 금융·보험업도 3만8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받은 도소매업은 6만 명 감소했다. 실제로는 고용이 크게 쪼그라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지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국 경제의 근간마저 흔들리면서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제가 견실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알고 그런다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고, 아니면 청와대 경제참모들이 입맛에 맞는 수치로 사실을 왜곡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진단으로는 가라앉는 경제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대통령이 정확한 실태부터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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