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치 낮아진 트럼프-김정은 하노이 담판

입력 2019-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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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비핵화를 위한 베트남 하노이 담판의 막이 올랐다. 26일 현지에 각각 도착한 두 정상은 27일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의 회담 일정에 들어간다. 양측은 실무협상을 통해 작년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조율해 왔다. 회담 결과로 ‘하노이 공동선언’이 채택되고, 양국의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모든 핵·미사일 동결 및 검증,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 제시를, 북은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평화 체제 구축,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핵시설 검증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관한 일부 진전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비핵화를 위한 당초의 기대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 회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미국의 원래 목표는 영변을 포함한 그 밖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 등 포괄적 핵시설 신고와 폐기·사찰·검증, 핵무기 및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였다. 하지만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단계적 비핵화로 방향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기대치를 계속 낮췄다. 그는 “핵실험이 없는 한 서두르지 않는다. 긴급한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회담을 코앞에 둔 24일(현지시간)에도 “나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치 않는다”며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 안보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북핵을 용인하고, 핵과 미사일 동결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이 노린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이다. 이런 식의 봉합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다.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우리로서도 사활적 과제인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한참 거리가 멀다.

북핵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곳은 남한이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북핵의 존재 자체가 우리 안보의 가장 중대한 위협이자,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 구축의 걸림돌임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냉정히 말해 북의 핵보유는 그들이 끊임없이 우리 쪽에 경제 지원 등 무엇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수단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부터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 북의 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우리가 주도하는 ‘신(新)한반도 체제’를 주창하고 나섰다. 문제는 실질적 비핵화의 진전이 담보되지 않고는 제재 완화와 경협의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트럼프-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이 잘된 합의에 도달한다 해도 구체적인 비핵화의 첫걸음이다. 이번에는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 조치의 가시적인 성과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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