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행안부 감독 무풍지대, 새마을금고

입력 2019-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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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금융부 기자

상대방의 주장을 뭉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주장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하면 된다. 예를 들어 누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면, 반대 측에서 “프랜차이즈는 없어선 안 된다”라고 받아치는 식이다. 사소한 것을 문제 삼아 모두를 부정하는 식이다. 이 경우 문제를 제기한 측은 그 존재를 없애버리려는 파괴자 혹은 도살자가 된다. 이런 식의 반론은 해결 방안을 요원하게 한다. 원인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두고 행정안전부는 “그렇다고 (새마을금고를) 없앨 순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또 “그만큼 좋은 일을 한다”라고 말했다. 선한 의도가 있기에, 그들의 비위도 삼키자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금고와 중앙회를 없애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제보자들은 새마을금고를 아꼈다. 선한 의도는 단순히 겉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조직이 잘 돌아가기 위해 지적하려는 내부의 목소리도 충분히 조직 차원에서의 선한 의도라 볼 수 있다.

행안부는 내부의 지적을 선한 의도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행안부는 직접 감사를 나가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의 감독권을 쥐어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이 대면서, 직접 감사를 나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리고 모든 감사를 중앙회에 일임했다. 그런데 그 없는 인력으로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시스템 도입을 위한 동남아 해외 출장엔 따라갔다. 이쯤 되면 사람이 모자란 건지, 넘치는 건지도 의문스럽다.

슬프게도 새마을금고의 내부 제보자들이 기대는 곳은 행안부다. 행안부가 아니면 새마을금고는 달라질 수 없다는 절박한 기대 탓이다. 새마을금고가 필요한 만큼이나 필요한 기대다. 그렇다고 그들이 감독권을 금융감독원으로 넘기라는 주장을 하지도 않는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진의는 단지 무게만 버티라는 게 아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행안부는 그만한 책임을 가졌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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