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선임 철회될 때까지 출근 저지"
'고소영 낙하산' 감사로 불리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김준호 기업은행 감사가 첫 출근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김 감사는 30일 오전 8시 40분경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려 했으나, 이날 오전 6시반부터 진을 치고 있던 노조원들의 저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의 '인사 철회'와 김 감사 '자진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노조는 "현 정부가 금융공기업 임원들을 숙청하듯 강제 퇴임시키더니 '고소영' 인사로 채우려 한다"며 "고소영 출신을 배제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부를 재구성 하겠다던 대통령의 말이 얼마나 허구이며 대국민 사기극 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례없이 기습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는 대통령과 집권정당 인맥에 대한 낙하산 인사로서 이 정권의 스타일상 단지 기업은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다른 공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 자회사로 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온전히 금융위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준호 감사선임자와 대통령과의 관계성을 비추어 볼 때 이번 인사는 정치적 외압과 사전 음모의 개입이 자명한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했다.
금융공기업인 기업은행 노조가 감사 인사에 대해서 출근저지 투쟁까지 하면서 반발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와 정부 내각에 이어 금융공기업 임원에 이르기까지 '고소영' 인사로 채우려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청렴하고 신망이 컸던 전 윤종훈 감사를 정부가 임기도 채우기 전에 갈아치운 데 대한 반감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전임 윤종훈 감사는 국세청 출신으로서 매우 청렴하고 덕망과 식견이 훌륭한 분이었다"며 "전 정권에서 임명된 것을 빌미로 갈아 치웠으면 최소한 그 정도의 덕망과 식견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향후 금융위가 감사 선임을 철회하거나 김 감사 스스로 용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