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영미 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 허위 아니다”

입력 2019-02-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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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시인 폭로는 허위 판단…고은 시인 손배소 일부 승소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고 시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던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여성 문인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은 시인(86)이 최영미, 박진성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반면 패소한 부분에서 과거 성추행 사건이 사실이라는 점이 인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15일 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을 폭로한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박진성 시인의 폭로만 허위 사실로 보고 위자료 1000만 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1994년 이뤄진 성추행 사건이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이 법정진술 당시 묘사한 고은 시인의 말과 행동, 반대신문에 임하는 태도 등을 검토한 결과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있다”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고은 시인은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책임에 대해서는 “고은 시인은 저명한 원로 문인으로 문단에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며 “공개된 장소에서 자위 행위를 했다는 것은 도덕성과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안 사안으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진성 시인이 폭로한 2008년 성추행 사건은 허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박진성 시인을 직접 신문하지 못해 얼마나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는지 신빙성을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동석한 여성들에 대해 특정짓지 못한 반면 고은 시인은 참석자들을 통해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폭로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해서는 공익성이 인정되는 점, 제보 내용을 진실로 믿을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선고가 끝난 후 최영미 시인은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는데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며 “문단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 힘든 싸움이었는데 용기를 내 제보해준 사람들, 증거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2017년 9월 한 인문교양 계간지에 원로 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이후 최영미 시인은 방송 뉴스에 출연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또 박진성 시인은 블로그에서 또 다른 일화를 폭로했다. 당시 그는 “저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이며 방관자다. 지난날의 저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증언한다”며 최영미 시인의 폭로를 지지했다.

그러나 고은 시인은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인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 카이스트 석좌교수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고은 시인은 최영미 시인과 자신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박진성 시인, 이들의 폭로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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