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골든아워’ 속 윤한덕 센터장은…“응급실이라는 지옥에 새 판 짜려 한 사람”

입력 2019-02-07 10:08수정 2019-02-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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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국종 교수가 출간한 '골든아워'. 고(故) 윤한덕 센터장에 대한 내용이 한 챕터 분량으로 기술되어 있다.

국내 응급의료의 버팀목이었던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 근무 중 급작스럽게 숨져 세간에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응급의료계에서 함께 헌신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저서 '골든아워'를 통해 윤 센터장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해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이국종 교수가 출간한 ‘골든아워’에는 ‘윤한덕’이라는 이름으로 한 챕터가 할애되어 있다. 해당 챕터에서는 2008년께 언뜻 차가운 듯하면서도 응급의료계에 대한 헌신만으로 가득찬 윤 센터장의 모습을 그렸다.

이 책에는 “2008년 겨울, 윤한덕 센터장을 찾아갔을 때… (중략)… 그는 보고 있던 서류에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날카롭게 물었다”라며 “지금 이국종 선생이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동안에 아주대학교병원에 중증외상 환자가 갑자기 오면 누가 수술합니까?”라는 내용의 회상을 담았다.

이국종 교수는 이 질문의 의미가 “외상 외과를 한다는 놈이 밖에 이렇게 나와 있다는 것은 환자를 팽개쳐놓고 와 있다는 말 아니냐?”라는 의미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국종 교수는 윤한덕 센터장에 대해 “윤한덕은 응급실을 ‘지옥’ 그 자체로 기억하고 있었다”라며 “지옥을 헤매본 사람은 셋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화염을 피해 도망치거나 그 나락에 순응하거나, 그 모두가 아니라면 판을 뒤집어 새 판을 짜는 것.… (중략)… 윤한덕은 셋 중 마지막을 택했다”라고 평가했다.

책에서는 응급의료계의 발전만을 생각했던 윤한덕 센터장의 또 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싣고 있다. 2009년 전남대에서의 외상센터 관련 심포지엄에서 전남의대를 졸업한 윤한덕 센터장이 이국종 교수를 전남대 의대 강의실로 데려가던 날의 일화다.

“내가 말이야, 여기서 공부했었어. 여기서 강의받을 때는 말이야. 이 답답한 강의실을 벗어나서 졸업만 하면 의사로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지.”

이국종 교수는 이날 전남의대 강의실을 찾은 윤한덕 센터장의 표정이 어린 학생같이 상기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내 강의실을 나오자마자 “그(윤 센터장)는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윤한덕으로 빠르게 돌아와 있었다”면서 “(그는) ‘대한민국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방금 전 빈 강의실에서 마주친 청년의학도의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라고 응급의료계에 대해 평생을 몸 바쳐온 윤 센터장을 묘사했다.

▲고(故) 윤한덕 센터장. (출처=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캡처)

한편, 7일 국립중앙의료원(NMC)은 윤한덕 센터장이 지난 4일 오후 6시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행정동 2층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의 부인은 설 전날에도 윤 센터장과 연락이 닿지 않자 5일 병원을 찾았고, 직원들과 함께 센터장실에 쓰러져 있는 윤 센터장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윤 센터장이 평상 시에도 응급상황이 생기면 귀가하지 않는 경우가 잦아, 지난 주말 역시 업무가 바빠 연락이 안되는 줄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원 측은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족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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