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형 일자리 相生 첫발, 갈 길이 멀다

입력 2019-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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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마침내 타결돼 31일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2014년 광주시의 사업 제안이 있었고, 지난해 5월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협상이 본격화된 이래 7개월여 만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완성차 업계의 ‘반값 연봉’으로 위탁생산 민관합작공장을 세워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주거·교육·의료 등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개선하고, 광주시는 절박한 고용위기 해소와 함께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상생(相生)모델이다. 공장은 자기자본 2800억 원, 차입금 4200억 원 등 모두 7000억 원을 투입해 광주 빛그린산단 62만8000㎡ 부지에서 올해 말 착공, 2021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는 2대 주주로 530억 원을 출자하고, 합작공장에서 1000㏄ 미만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연간 10만 대 규모로 생산한다. 근로자들의 초임 연봉은 3500만 원, 근로시간 주 44시간이다. 창출되는 직간접 일자리는 1만∼1만2000개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35만 대 생산까지 임금·단체협상 유예’도 노사 협의를 통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보완 조항으로 합의됐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첫걸음을 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31일 확대간부 파업을 벌였고, 민주노총도 2월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권을 무시한 저질 일자리”라며 “자동차산업에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 하향 평준화와 기존 일자리 감소, 자동차 과잉생산에 따른 시장 악화 등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없다. 현대차 노조원들의 연봉이 9000만 원을 넘고 보면, 자신들의 고임금과 근로조건만 지키겠다는 이기주의적 기득권 챙기기에 다름아니다.

기업과 지자체가 손잡고 자동차를 위탁생산하는 사업모델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경영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장애물과 시행착오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 경차 수요가 제한된 시장에서 제품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현대차로서는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마당이다. 어렵게 성사된 새로운 형태의 공장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사업을 안정시켜야 고용 유지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지난 20년간 국내 공장을 전혀 세우지 않고 해외 생산시설만 늘렸다.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와 강경투쟁 일변도인 노조 리스크 때문이다. 이번 광주공장 건설은 그동안 해외로 나갔던 다른 기업들도 국내로 유턴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는 더 이상 이를 방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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