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고 처벌하나요?

입력 2019-01-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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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자본시장부 기자

“선임 절차나 자격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니까 주주들의 자율에 맡긴다. ”

최근 기업들의 상법 저촉 여부를 취재하면서 법무부 관계자에게 상근감사 자격 조항을 어길 경우 처분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이다. 상근감사는 회사에 상주하며 해당 기업이 회계법인의 결산기 감사를 받기 전까지 기업의 경영과 회계 등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더욱 까다롭게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요건을 위반할 경우 처분은 고작 1000만 원 이하의 선임 절차 위반 과태료 부과가 최선이다.

기업 내부의 감시자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역시 상법에 위반된 결격 사유를 가졌더라도 처벌이 미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이나 산은 등 대주주들이 나서서 문제 삼지 않는 이상 기업 내부에서는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법원 판례도 많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감시자의 자격 위반이 솜방방이 처벌이다 보니 기업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기사를 통해 지적되면 과태료를 내거나 해임을 통해 잘못을 덮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 ‘왓치맨’에는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나?(Who watches the Watchmen)”라는 말이 나온다. 영화는 감시자의 이탈은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주제를 던지는데 이 대사가 생각난다.

물론 주주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처벌 강화를 통해 기업과 감시자에게 상법 자격 요건 위반이 무거운 사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 필요성이 있다. 단순히 해임 또는 과태료 부과로 잘못된 행위를 무효화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까다로운 자격요건 만큼이나 위반 시에도 형사처벌 등의 강력하고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때 감시자를 감시하기 위해 세워진 규정들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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