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셀프주유소 풍경
“24시 셀프주유소도 요즘 손님이 없어 밤 10시 넘으면 문을 닫을 지경입니다.”
29일 오후 4시께 서울 강서구 벌말로에 위치한 A셀프 주유소. 평년 같으면 주유소가 북적거릴 시간이지만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물에 콩나듯 들어오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수영(54) 사장은 입이 바짝 마른다. “이렇게도 장사가 안 된 적이 없었어요. 작년부터 손님이 줄더니 새해 들어서는 전년 대비 30%나 수입이 줄었습니다.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늘리다는데, 우린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있던 직원도 내보냈어요. 셀프주유소 하면 그나마 낫다고 하던데, 말이 24시지, 요샌 밤 10시 넘으면 문닫고 들어가기 일쑵니다.”
경기침체에 이은 최저임금 인상 악재로 자영업의 최일선에 있는 주유소 업계는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업계 성격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건비 싸움’으로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가뜩이나 힘든 주유소 업체에 직격탄을 날렸다.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자영알뜰 주유소의 경우 셀프 주유소 비중이 2016년 33.2%에서 20017년 32.8%, 2018년 42%, 2019년 1월 42.3%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국고속도로 주유소의 경우에도 2016년 셀프 주유소 비중이 22.2%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엔 46.1%까지 늘었다.
이처럼 셀프주유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인건비와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셀프주유소는 필수 인력 1~2명이면 운영이 가능해 그만큼 경영상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셀프주유소를 중심으로 24시간 운영시스템이 늘면서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24시간 운영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 확대 시행으로 일반 주유소는 물론 셀프 주유소마저 직원을 줄이고, ‘24시 주유소’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밤 10~11시 정도 손님이 뜸할 시간이 되면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주유소협회 박동위 차장은 “경기침체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줄이고,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풀 서비스 주유 업체가 사라지고, 심야 시간에 문을 닫는 곳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심야시간 문을 닫는 것은 한국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알뜰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전국 1170여 개 지점 중 400여 곳 정도는 심야시간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10곳 중 4곳 정도는 문을 닫는 셈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폐업을 할 경우 드는 1억여 원이 넘는 철거비 부담으로 폐업도 못하고, 휴업 상태로 있는 곳도 부지기수다.
김홍준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사무국장은 “인건비 폭탄에 대다수 회원사 대표들이 사업을 포기할까 하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대부분 자신들의 경영악화 사정을 밝히는 것 자체를 꺼려하다 보니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공식 통계를 잡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