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가 익일물 거래를 주도하면서 잠재적 위험성이 커진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1800조 원 규모의 비은행 금융중개(그림자 금융)의 안정성을 꾀하고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금융위는 24일 금융시스템에서 비은행권의 비중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비은행권 리스크 관리는 개별 금융회사 차원의 미시건전성 규제 보완·개선에 초점을 뒀지만 시스템 리스크 요인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은행권을 점검해 ‘10대 잠재 취약요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RP거래의 90% 이상이 익일물 거래에 편중된 특성상 대규모 차환 리스크, 차입기관의 유동성 리스크 등으로 자금 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을 막고자 차입 만기에 따라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을 차등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RP거래란 RP매도자(자금차입자)가 증권을 담보로 RP매수자(자금운용자)로부터 단기간 자금을 차입하는 거래다. 또 RP거래시 차입자금 규모보다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 담보의 비율(헤어컷)이 신용위험을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5%)으로 적용되는 관행에 대응하기로 했다. 시장참가자가 담보증권의 특성과 차입자 신용위험이 반영된 최소증거금률을 마련해 적용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증권사와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채권대차거래를 이용한 투자운용이 확대되면서 금융회사와 채권대차시장, 자금시장의 연계성이 높아져 새로운 위험전파 경로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차입 한도 차등화, 적격담보 범위 축소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헤지펀드의 설정 규모가 2015년 말 91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302조8000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유관기관의 정보 수집과 공유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로 규제가 강화되는 조치이다 보니 일부 펀드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대수익 창출 측면에서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둘 것이고 이행 과정에서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 개별적인 규제 수준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머니마켓펀드(MMF)의 ‘펀드런’을 막기 위한 일부 법인형 MMF에 대한 시가평가 도입, 보험사의 환헤지 단기화 방지와 외환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 조치 등이 제시됐다.
금융위는 거시건전성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금융기관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금융유관기관의 정보공유 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에 담긴 거시건전성 조치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유관기관이 협업하여 취약 요인을 계속 발굴·조치해 나간다면 금융시장 내 위험 발생·증폭 소지를 줄이고 ‘집단면역 체계’를 확립하여 금융 안정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