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쁨 자본시장1부 기자
“주식은 나쁜 것, 별다른 노력 없이 목돈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판치는 곳”. 최근 한 독자에게서 받은 메일 내용이다. 주가와 관련된 기사를 쓰고 숫자 놀음이나 해대는 증권부 기자에 대한 훈계성 글이었다. 이 글에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투기꾼이었고 도박꾼과 다름없었다.
유독 한국에서는 주식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한국 사람이었다면 투기꾼으로 손가락질을 받았을지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가 한몫했다고 본다. 극단적인 증시 폭락과 대규모 기업 부도, 주가 조작과 투기꾼들의 장난질은 주식의 이미지를 한껏 낮췄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주가 조작과 투기꾼들이 모일 수 없는 촘촘한 법률이 존재한다. 탄탄한 관리감독 기관이 있어 코스피가 종잇장처럼 무너질 수도 없다. 현명한 주주들은 회사에 끊임없이 주주권을 행사하고 기업은 투명한 회계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로, 개인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서 주식시장의 중요도와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비상장회사를 포함해 국내 주식회사는 3만7410개에 달한다. 이 중 대다수의 기업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할 것으로 확신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에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을 가졌더라도 투자받지 못하면 소용없다. 주식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자본을 늘릴 수 없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불평등을 싫어했던 마르크스가 과연 투기꾼일까.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도박판이 아니고, 모든 투자자가 투기꾼은 아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찾아다니며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주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자본시장은 클 수 있다. 당국도 투자자도 일반인들도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