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자본시장부 기자
바이오 기업은 내부 경영상황과 상관없이 기대에 따라 주가가 형성되곤 한다. 기업도 신약 개발의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며 악재성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 기업은 업종 특성상 ‘적자’가 당연하다고 전제한다. 지속적 연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신 신약 기술이전이라는 ‘한 방’으로 메우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개되는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신기술로 주목받는 바이오 벤처기업 A사는 틈새시장 공략을 내세우며 다수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개발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파이프라인 연구는 1~2개로 한정됐으며 이마저도 자금 부족으로 속도가 더딘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예상 임상 기간보다 늦어지는 게 대다수지만, 악재 반영을 우려해 외부엔 밝힐 수 없다고도 했다.
신약 개발이 임박했더라도 실제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작은 경우도 많다. 해외 진출에 앞서 시장 규모의 실제 산출이 어려워 유리하게 발표했거나 어려움은 가린 사례도 적지 않다. 약가 산정이 기대치보다 낮게 나올 리스크도 존재한다. 예상 약값에 처방 환자 수를 곱해 시장 규모를 가정한 경우 신약 가치가 ‘뻥튀기’되는 대표적 사례다.
과정이야 어쨌든 시장이 기다리는 건 역시 임상시험, 기술이전 결과다.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 시험보다 말이 앞서기도 한다. 시험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곧 신약이 출시된다는 말로 거품을 만드는 경우다. 바이오 기업 B사는 대표이사가 본인의 말을 번복하는 진실 고백(?)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오 기업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언젠가 뜨겠지’라는 심정으로 기다린다. 이들에게 실적보고서, 주가평가지표는 무의미하다.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기업, 언론에서 내는 한 줄 한 줄의 내용에 가치를 부여한다. 차라리 투자하기 전 기업 주식담당자에게 전화라도 해보자.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