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미·중 갈등에 어깨 펴는 베트남

입력 2018-12-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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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외 다른 파트너십 발전시킬 기회...정치적 우방국 확보에도 열심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람 나트 코빈드(왼쪽) 인도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AP뉴시스
베트남이 미·중 간 갈등을 틈타 이득을 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 전쟁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은 현재, 베트남은 양국의 갈등을 발판 삼아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재설정하고 이득을 확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SCMP는 베트남이 우선 경제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베트남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피해 베트남으로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이 5000~6000개에 이른다. 상공회의소의 존 록홀드는 “8월을 전후해 투자자들과 기업이 베트남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록홀드에 따르면 9월 이후로 주당 4개꼴의 회사가 베트남 이전을 위해 자문을 구했다. 전달과 비교해 4배 늘어난 수준이다.

자문회사 항신비즈니스서비스센터의 장뎬성 책임자는 “3개월간 100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문의를 받았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은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할 기회이면서, 한편으론 의존도를 낮춰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월에 미국은 베트남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베트남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경제적 선택지를 넓히고 다양한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디잔시라의 맥필드 브라운 아세안비즈니스 책임자는 “베트남이 한국, 일본, 대만 같은 다른 주요 투자 파트너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투자를 제한하지 않고도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달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11개 국가와 환태평양무역협정(CPTPP)을 비준했으며, 올해 EU(유럽연합)-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분투해왔다. 중국과 정치·군사적으로 불신의 역사가 깊은 베트남은 중국 인구와 경제력이 자국을 압도할 것을 우려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5월 정부의 ‘경제특별구역’을 지정에 반발해 일어난 대규모 반중 시위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거 유치하기 위해 중국 국경 100km 내 지역 세 군데를 특구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이 계획은 베트남 시민들의 거센 반중 시위에 막혀 잠정 중단됐다. 중국과 인접한 지역이라 대부분 투자자가 중국인일 것이라는 반감 때문이다.

하노이 국제전략개발센터의 누곡 투롱 대표는 “이 사례는 베트남의 대중국 민감성을 보여주며, 현재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미·중 경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간의 좋은 관계는 베트남에는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며 “오히려 두 강대국이 긴밀해질수록 베트남처럼 작은 나라에는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미·중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현재 미·중이 경쟁하게 되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베트남을 찾아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항해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중국을 견제했다.

베트남 외교의 핵심은 ‘3無’(군사 동맹·베트남 주재 외국 군대 기지·국가 간 갈등 개입 없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에서 베트남은 미국의 편도 들지 않으리라고 봤다.

베트남은 오히려 미국을 지렛대 삼을 수 없을 때도 중국을 견제할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말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은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을 만나 양국 간 무역을 증진하고 석유, 가스, 방위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베트남의 ‘새 길’ 찾기가 모든 방면에서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사회과학아카데미의 장제 연구원은 “베트남에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실제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베트남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은 관계 변화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중 경쟁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를 베트남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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