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상납’ 전직 국정원장들, 2심도 모두 실형

입력 2018-12-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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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국민 의사 반해…정치 권력과 유착”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투데이 DB)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들이 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보다는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4)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71)ㆍ이병호(78) 전 국정원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원장에게는 자격정지 2년도 선고했다. 이들과 공모해 청와대에 돈을 전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국정원에서 1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전직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교부하면서 위법성을 인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직무 범위 내에 속하는 특수 활동과 무관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비용을 사용한 이상 불법 영득의 의사나 국고 손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행이었다는 주장도 내부적인 관행일 뿐이고, 근절되고 단죄돼야 하는 불법적 관행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국가정보기관에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 30분여에 걸쳐 훈계했다. 재판부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사업비를 위탁자인 국민 의사에 반해 대통령 등에 교부해 국가 재정에 큰 손실을 입혔다”며 “재정의 민주적 운영과 법치주의에도 위반되고, 국가정보기관의 도덕적 해이에도 해당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가정보기관이 정치 권력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원했다는 점에서 국가정보기관과 정치 권력의 유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1심과 달리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 직원으로 보지 않아 1심보단 감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기조실장은 회계관계 직원이 되지만 국정원장은 회계관계 직원을 감독하는 중앙관서 장에 해당할 뿐”이라며 “그 자신이 회계관계 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 전 원장은 재직 중이던 2013년부터 2014년 4월까지 12차례에 걸쳐 매달 5000만 원씩 총 6억 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8차례에 걸쳐 매달 1억 원씩 총 8억 원을 안봉근(51) 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병기 전 원장은 특히 상납금액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렸다. 이병호 전 원장도 재임 시절 21억 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특활비 상납이 당초 목적이 맞지 않아 국고 손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남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기조실장은 징역 3년, 이 전 비서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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