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첫 재판서 공소기각 주장 “'일본주의' 위배”

입력 2018-12-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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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과 기재 불가피…수긍하기 어렵다” 반박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양승태(70)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법관 사찰 등에 관여해 ‘사법농단 키맨’으로 꼽히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참석 의무가 없어 임 전 차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본안을 심리하기 전에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 및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이 피고인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모든 주장과 그에 대한 입증은 재판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법관이 선입관과 편견을 갖게 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공소장 각 제목이 법원의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검찰의 판단과 의견”이라며 “세부 내용에서도 한일 관계 악화 관련 내용과 위안부 손배소 사건의 진행 경과,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 수 등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327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한 경우 공소기각을 선고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도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부분의 공소를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로 판단해 기각했다.

그러나 검찰은 내용 기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수년에 걸쳐 법원행정처 내부, 사법부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경과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그래야 피고인도 심판 대상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됐다”며 “공정성을 우선 가치로 여기는 일본주의를 운운하면서 검찰에 공소사실의 실체를 포기하라는 것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소 기각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19일 오후 2시에 공판준비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행정처 차장 등으로 근무하며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청와대와 외교부를 드나들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조율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을 네 차례 소환 조사한 뒤 지난 달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사법농단 연루 인물 중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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