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점심시간 무렵 학내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와서 듣다가 누구 한 사람을 향해 “티엠아이(TMI)”라고 하면서 장난기 어린 야유를 보내거나, 더러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았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너무 과한 정보’라는 뜻이다. 전혀 관심이 없는 내용이거나 듣고 싶지 않은 정보, 굳이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에 사용한다고 한다. 예컨대 누군가가 지나치게 친구의 험담을 많이 한다거나, 과한 성적 농담 혹은 자신의 코딱지 파는 습관에 대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등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해댈 때 그만하라는 의미에서 “TMI”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도 진심 어린 대화는 거의 하지 못하고 그저 깔깔대는 ‘농담 따먹기’나 SNS를 타고 돌아다니는 공허한 얘기들만 떠들썩하게 하다 보니 이제는 그런 얘기에 대해 타이르듯이, 질책하듯이, 야유하듯이 뱉어내는 “TMI!”라는 말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청나라 때의 문인 원매(袁枚)는 “책은 많이 읽었으되 생각이 막혀 있으면 기름이 오히려 등불을 끄는 꼴이 되고 만다.[書多而壅 膏乃滅燈]”는 말을 했다. 자신의 생각이 없이 그저 무턱대고 읽기만 한 책은 오히려 지혜의 샘을 막아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귀한 책도 생각 없이 읽으면 “기름이 오히려 등불을 끄는” 폐단을 낳는데 하물며 SNS에서 그저 떠도는 얘기에 있어서랴! 너무 쉽게 얻는 정보로 인해 정보의 소중함에 대한 불감증이 생긴 데다가 지나치게 빠르고 쉽게 이루어지는 소통으로 인해 자신의 신상도 털릴까 봐 경계하다 보니 빈껍데기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해대고 있는 것이다.
진지한 얘기에 대해 금세 싫증을 내는 것은 단지 젊은 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연말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에는 보다 더 진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