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가계부채 빚덩이…'취약차주ㆍ한계기업' 부실 위험(종합)

입력 2018-11-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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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1500조 빚덩이…가계부채 폭탄 터질라 =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인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규 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한국의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 원이다.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도 상당한 규모의 가계대출을 조절하기 위한 대응이다.

다행히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그간 가계대출은 ‘크기’뿐 아니라 증가 ‘속도’가 문제였다. 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대출 억제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결과로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의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만들었다.

문제는 소득이 늘어나는 수준은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3분기 말 기준 가구원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 증가율은 4.6%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더 빠른 셈이다. 가계부채 자체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지만, 속내를 보면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는 이들은 취약차주다. 다중채무자 혹은 저소득ㆍ저신용자의 경우 약간만 금리가 올라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 말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는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 취약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 폭은 5%포인트 이상인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했다. 취약차주에게 금리인상은 사실상 엎친 데 덮친 격인 것이다.

가계부채 위험 가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DSR 등을 고려한 가계부채 위험 가구를 지난해 3월 기준 127만1000가구로 추산했다. 이는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11.6%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206조 원으로 전체 21.2%다. 이보다 더 위험한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3.1%)이고 이들의 부채는 57조4000억 원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가 38만8000가구(3.5%)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침체에 특히 취약한 자영업자 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계기업ㆍ자영업자 '비상등' = 한은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대기업 대출은 3.42%, 중소기업 대출은 3.84%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중소기업 생산 부진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계기업은 코너에 몰렸다.

잔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달 3.83%를 기록했다.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은 7월부터 4%를 넘었고 지난달 4.01%를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4%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오른 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67%에서 같은 해 12월 3.92%로 올랐다.

부실 규모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 대출도 관리 대상이다. 자영업 대출은 기업대출인 개인사업자 대출과 자영업자가 개인적으로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가계대출이 합쳐져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 규모'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의 부담금액은 5조9000억 원, 1인당 360만 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8조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10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22조3000억 원)만 계산에 추가해도 600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통계는 더 불분명하다. 한국은행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와 한국감정원의 지역별 전·월세 가격 정보를 바탕으로 시산한 수치에 따르면 3월 현재 전세보증금(보증부 월세 포함) 규모는 687조 원으로 추산된다. 전세가구 보증금만 따로 떼서 보면 512조 원에 이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계의 보편적 부채인 개인사업자 대출과 전세보증금의 경우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높은 대출인데도 가계부채에서 제외돼 있다"며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의 위험을 축소 평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 수익개선 기대감 =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보험사들 자산운용 수익률에 청신호가 켜졌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료를 안정성이 뛰어난 장기채권에 투자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이자수익이 늘어나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상반기 국내 8개 종합 손보사들의 유가증권 운용자산수익률은 3.72%였다.

여기에 변액 보증준비금과 과거 고금리 확정형 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어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생보사는 금리 추이에 따라 연말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규모가 결정하는데,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적립액이 소멸해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상은 보험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공시이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금금리에 해당하는 공시이율은 보험사 금리연동형 상품의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높을수록 만기 환급금이 늘어난다. 다만, 업권 특성상 공시ㆍ예정이율 변동이 두 달가량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내년 초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관계자는 "변액보험 점유율이 높고, 과거 고금리ㆍ확정 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매한 곳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자금조달비용…‘1700억 원+α’ 이상 = 카드사는 1년 만에 오른 기준금리에 자금조달비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수년간 이어져오면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은 꾸준히 하락했다. 이는 곧장 카드사 수익개선으로 이어졌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카드사는 자금조달비용 상승분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내 기준금리가 25bp(0.25%)~50bp(0.5%) 상승할 경우 1700억 원에서 최대 35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평균 조달금리는 2.31%로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자료는 “연평균조달금리 상승은 과거 금리 인하기에 발생했떤 조달비용 절감효과를 상쇄시켜 추가 비용부담을 야기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준금리 상승은 개인 신용대출자의 이자부담을 증가시켜 카드사 대손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대출은 약 88조 원이었고 올해도 평균 2.6% 이상 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카드사는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추가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추가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역시 금리 인상은 카드사 단기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관련 보고서에서 “금리상승 추세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추세 등 기타 외부환경도 과거에 비해 비우호적”이라며 “카드사의 단기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내년도 카드수수료 인하안 실행에 이어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부담까지 견뎌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요인으로 신용평가등급 하락도 걱정되는데 금리인상까지 겹쳐 조달비용 부담이 더 커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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