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비가 거세게 내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직접 우산을 들고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우산을 씌어주면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둘러보며 추모했다. 이 공원은 30년 가까이 이어진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조성됐다. 당시 군부세력들은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 운동가와 지식인들을 납치·불법구금·고문·살해해 약 3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깊은 관심을 보이며 안내를 맡은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실종자 및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4개의 벽을 따라 400m 도보 이동하면서 “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들의 이름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벽에 적힌 희생자 한 명을 가리키며 “이 분은 나이가 18살이냐. 지금도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벽에 이름을 추가하느냐”고 질문하자 호크바움 공원장은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이름을 추가한다”며 “희생자 추념비를 라플라타강 옆에 세운 것은 군부독재 시절 비행기로 사람들을 강에 빠트린 적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이들이 많이 희생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하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다”며 “현재 2400명의 가해자를 처벌했고, 1200명이 구속됐다”고 대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느냐”고 궁금해하자 호크바움 공원장은 “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도 일부는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아직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현장에 기다리고 있던 희생자 가족들의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나 위로했다. 어머니회 한 관계자는 “30년 전에 손자가 실종됐다가 3년 전에 찾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며 어머니회 관계자들이 가슴에 단 배지를 만져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마음 아파했다. 어머니회 관계자는 ‘5월 광장 어머니회’ 역사가 기록된 책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어머니회 관계자들과 함께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지며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