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대에 맞는 규제의 ‘옷’을 입는 것이 경제성장의 지름길

입력 2018-11-29 13:3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새 정부 제1의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그 간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직원채용이 우수한 기업을 선정하여 포상하는 등 기업인들의 뇌리에는 일자리창출에 대한 정부의 갈급함이 충분히 자리 잡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서민경제에 돈이 돌고,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나아가 경제가 활력을 띠는 선순환의 작용이 하루빨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경제회복에 있어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규제혁신이다. 새로운 정책보다 규제개선을 통해 얻는 경제적효과가 훨씬 크다는 분석은 이미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자명해진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규제개혁에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국민의정부 시절의 규제개혁위원회, 참여정부의 민관합동 규제개혁기획단,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많은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하여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업인들이 느끼는 규제 체감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기업인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규제는 없애는 것만큼 동시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또 “과거에는 규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규제로 인식하면서 규제에 대한 인식 틀이 넓어진 영향도 있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속에 규제개혁 속도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옷’을 입고 있다는 얘기다.

◦ 최근 ‘공유경제’가 연일 이슈다. 정부는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공유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 성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 배경에는 ‘기득권’, ‘낡은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의 카풀 논란이 단적이다. 카카오는 이달 안으로 유로카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밝히면서, 택시공급이 부족한 출·퇴근시간대에 카풀서비스를 운영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논리도 만들었다. 그러나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거센 반발에 멈췄다. 생존권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택시업계는 당장 카풀 기사와 서비스·요금 등으로 경쟁해야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자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반대를 하고 있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규제는 양면성이 강해서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손해를 보는 쪽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앞서 얘기한 ‘기득권’ 논리에 갇혀 거시적인 경제의 흐름을 거스르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택시업계 표(票)‘를 의식한 나머지 카풀 금지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이는 프랑스 사례와 대비된다. 2015년만 해도 프랑스에서 숙박공유 세계 1위 ‘에어비앤비’는 불법이었다. 호텔 등 기존 숙박업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커지던 갈등은 정부의 중재로 돌파구를 찾았다. 에어비엔비에 등록한 곳은 연간 120일 까지만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절충했다. 그 뒤로 프랑스 파리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숙소는 7만 8000곳(`17년기준)에 이른다. 세계 1위 규모다.

‘카풀’ 뿐만아니라 자율주행, 드론, VR 등 신산업에 대해서도 아직갈길이 멀다. 구체적인 법령이 없거나, 기존 기득권에 부딪혀 걸음마성장을 하는 분야가 주변 가까이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단체연합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정부에 제안한 160건의 정책과제(규제포함)중 완전 개선된 과제는 24건에 불과했다. 그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가 많다는 의미다. 규제 개혁과 같은 큰 현안은 일개 공무원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각 부처가 칸막이를 없애고 이해관계를 절충하여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

지난 23일 제64회 희망중소기업포럼에서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자동차 내연기관을 가장먼저 개발한 영국은 ‘붉은 깃발법’이라는 규제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에 넘겨줬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나쁜 선례입니다.”라고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규제로 발목 잡으면 안 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산업의 경우 법률에 명시된 것 이외에는 규제를 받지 않는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원칙을 도입하는게 문재인정부의 지향점”이라며 신제품과 서비스 시장 출시를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신산업에 대해 선제적 규제혁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애로를 대변한다. 부처성격상 규제하는 부분보다 규제를 혁파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그렇다고 소관부처라 해서 타당성 없는 주장을 앞뒤 없이 내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신산업의 신제품과 서비스 출시는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성장시킬지에 따라 한국의 산업역량이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율하여 최선의 방안을 찾고, 정치권에서는 개인적 안위보다 국가 산업이 나가야 할 바람직한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이끌어야한다. 앞선 영국처럼 낡은 규제에 발목 잡혀 큰 경제적 손실을 답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송관철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기업환경개선과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