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업을 가다 ⑥ 충주 한돈영농조합법인] 한돈농가는 분뇨 해결… 젖소농가는 사료비 절감 ‘윈윈’

입력 2018-11-26 18:52수정 2018-12-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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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분뇨로 만든 액비 살포... 1년 내내 사료작물 재배 가능

▲정철근 충주한돈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충북 충주시 용관동 조합 사무실에서 액비 발효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16일 찾은 충북 충주시 외곽의 한 밭에서는 내년 농사를 위한 비료 뿌리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50톤짜리 탱크로리가 호스로 돼지 분뇨로 만든 액비를 땅 밑 30㎝에 주입했다. 막대한 양이지만 충분히 발효를 거친 데다 지하로 주입했기 때문에 악취가 나지 않았다. 내년 이 밭에서 거둘 옥수수는 인근 농가에서 키우는 젖소의 먹이가 된다.

충주한돈영농조합법인(한돈조합)과 주신낙농영농조합법인(낙농조합)은 2015년 자연순환농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파종기에 한돈조합에서 생산한 액비를 낙농조합의 농토 59만5000㎡(18만 평)에 살포한다. 낙농조합은 그 땅에 젖소에게 먹일 옥수수와 호밀, 수단그라스 등 조사료(사료 작물)를 키운다.

두 조합 모두에 윈윈이었다. 한돈조합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돼지 분뇨를 가까이서 처리했다. 정철근 한돈조합 대표는 “물류비용을 아낀 덕에 다른 지역보다 30~40% 싼값에 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의 경영 성과도 그만큼 좋아졌다. 낙농 농가 역시 조사료 재배를 통해 사료 비용을 1억 원 가까이 절감했다. 화학비료 대신 액비를 사용한 덕에 지력(地力)도 좋아져 계절에 따라 품목을 바꿔가며 1년 내내 사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한돈조합이 처음부터 낙농조합과 손을 잡은 것은 아니다. 2010년 처음 액비 유통을 시작했을 때는 주로 논 농가에 액비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은 소규모·고령 농가가 많아 관리가 어려웠다. 농가의 관리 부실까지 배상하다 보니 조합의 적자가 계속 커졌다. 한돈조합이 낙농조합과 체계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한 배경이다. 정 대표는 “조사료 사업이 성공하니 이제는 논 농가에서도 액비를 달라고 찾아온다다. 그럴 때는 사용 규정을 지키겠다는 각서를 받고 액비를 판다”고 자랑했다.

한돈조합은 지역과의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축산업의 가장 큰 난관인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지역에 장학금 1000만 원을 내놓고 소외계층을 위한 돼지고기 나눔 행사를 연다. 또한 악취를 줄이기 위해 액비를 만들 때 미생물 발효제를 아끼지 않는다.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냄새가 나는 액비는 조합 차원에서 유통을 차단한다. 정 대표는 “액비 업체 중엔 발효제 비용을 아끼려다 악취와 민원에 실패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 혼자 이득 보려고 하면 액비 사업을 할 수 없다. 유대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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