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화장품 브랜드숍 점주들의 아우성, 왜?

입력 2018-11-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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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세일 따른 수익 감소ㆍ내년 시급 인상 등 앞두고 가맹점-본사 갈등 확대돼

“세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LG생활건강이 전개하는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의 가맹점협의체가 22일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가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본사의 할인행사 강요행위 등을 규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상생 협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바 있는 이들은 △잦은 세일로 인한 수익 감소 △무분별한 온라인 시장 △내년 시급 인상 등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문제점이 이들의 불만과 주장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체 가맹점주 476명 중 107명의 가맹점주로 구성된 가맹점협의체는 그간 LG생활건강 측과 지난 5월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왔다. 이 과정에서 36명의 가맹점주는 7월 별도 모임을 구성했고, 구성원의 절반인 18명은 8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할인행사 강요행위’ 등을 사유로 각 5000만원을 배상해달라는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호소문을 내고 “본사들이 세일을 통해 매출 증가와 가맹점 이익 창출을 유도했으나 결국 회사 간 과당 경쟁으로 이어져 역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온라인 판매 가격이 가맹점주에 공급되는 가격보다 싸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수익률이 나아지지 않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본사들도 경쟁 속에 최대 70% 세일 등 온라인 공급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을 흐리고 있다”며 “대기업의 과도한 매출 목표와 경쟁심리로 가맹점주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가맹점들은 가맹본부의 관리하에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한 이익금으로 매장을 운영하는데, 세일 판매 금액을 분담률로 나눠 포인트(사이버머니)로 받고 있다”고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더페이스샵은 향후에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한 가맹점주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상생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한편, 브랜드와 대다수 가맹점의 이익을 해치는 허위사실 유포, 법인과 개인의 명예훼손 등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본사과 점주간 갈등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브랜드숍 열풍이 일던 과거와 달리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사태 이후 실적 하락 및 적자 전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채널의 중심축이 헬스앤뷰티(H&B)숍으로 이동한 것도 브랜드숍의 부진을 가속화시켰다. H&B숍(뷰티 편집숍, 드럭스토어) 시장은 2010년 2000억 원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1조7000억 원으로 7년 새 8.5배 성장하며 국내 뷰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신규 가맹점 개점률은 26.9%로 2015년 5.7% 대비 21.2%포인트나 급상승했다.

1세대 로드숍의 대표 주자였던 미샤의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3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731억원으로 12.1%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도 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토니모리는 3분기 영업손실이 8억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이 17억원, 순손실이 20억원을 기록했다.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65억원, 2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73.8% 줄었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스킨푸드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지난달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자금난으로 인해 스킨푸드는 채무 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생절차를 추진하는 한편, 일부 스킨푸드 가맹점주는 “경영 악화를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스킨푸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로 인해 잇츠한불은 판매 부진한 매장을 매장을 줄여나가고 있으며, 네이처리퍼블릭도 온라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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