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규모 기업인 訪北, 제재 허물자는 건가

입력 2018-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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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인 100명을 포함한 150여 명의 대규모 방북단을 꾸려 12월 초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방북단에는 농림축산, 건설, 의료, 해양 등 분야의 공기업과 민간의 대·중소기업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대북 제재의 해제에 대비해 경제협력 과제들을 미리 점검하고, 중국·러시아 등보다 북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여전히 강력한 대북 제재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과속(過速)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경협의 전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북의 비핵화다. 비핵화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북은 핵무기·핵물질·핵시설·핵프로그램 등의 포기에 관한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은 전격 연기됐다. 게다가 북이 비밀기지 13곳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왔다는 위성사진 증거까지 나왔다.

미국은 일관되게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까지 제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서두를 것 없다”며 비핵화 협상의 속도 조절을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도 지금으로서는 기약하기 어렵다. 미국은 대북 압박 강도를 더 높일 태세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북에 전례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한국 등 주변국에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에도 미국은 우리 정부가 서두르는 경협 사업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앞서간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북협력은 반드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핵화는 아직 멀었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아직 경협을 추진할 여건이 전혀 안 돼 있다. 그런데도 기업인들을 자꾸 들러리 세워 경협에 나서도록 압박한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해야 하는 기업들만 곤경에 빠트리는 무리수다. 만에 하나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걸리기라도 하면 기업의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동행한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 총수들이 북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으로부터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까지 들었다는 마당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들이 이런 북의 ‘갑질’에 수모를 당할 이유가 없다.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국제사회의 제재 또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경협을 서두르는 것은 제재를 허물고 비핵화를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크다. 경협은 완전한 비핵화 이후의 과제임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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