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이 물침대 같다, 마무리가 부실하다, 연비가 나쁘다…
그동안 미국차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던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념을 좀 바꿔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캐딜락이 내놓은 신형 CTS가 고정관념을 바꿔놓을 그 주인공이다.
CTS는 지난 2002년 첫 모델이 나올 때부터 혁신적인 스타일로 주목 받았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 덕에 영화 ‘매트릭스2’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신형 CTS는 큰 틀에서 구형의 스타일 기조를 이어받았지만 세부적으로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요즘 차답지 않게 큰 라디에이터 그릴은 컨셉트카 캐딜락 식스틴에서 가져온 디자인이다. 덕분에 범퍼 앞 모서리의 충격 흡수 부위가 작아졌지만 전체적인 스타일은 조화롭게 마무리됐다. 공력 특성을 높이는 하이데크 스타일의 리어뷰는 버티컬 테일램프와 함께 캐딜락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내고 있다.
빈틈없는 실내 디자인은 ‘정말 미국차 맞아?’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 시인성 높은 독립형 계기판과 조작감 좋은 버튼, 팝업식 모니터 등이 예전의 미국차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지만 듀얼 온도 조절장치의 배치는 조금 아쉽다. 조수석 온도조절장치의 경우 운전석에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수석 온도도 운전석에서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약간 불편할 듯하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한 편이나, 앞좌석 도어포켓은 스타일에 집중한 나머지 수납공간이 부족한 게 흠이다. 이럴 경우 도어포켓의 일부를 여닫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 효과적인데 그런 아이디어가 아쉽다.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의 오디오는 상당히 뛰어난 수준의 음질을 보여주었다. 특히 40기가바이트의 차량 내장형 하드디스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옮겨 들을 수 있으므로 오디오 마니아에게 환영받을만한 좋은 장비다.
강력한 파워와 즉각적인 기어 변속은 이번 시승의 하이라이트였다. 미국차 최초의 직분사 엔진은 6단 하이드라매틱 자동 변속기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한 치의 머뭇거림을 보이지 않았다. 구형의 5단 변속기와 달리 제때 착착 변속을 도와주면서도 부드러운 감각을 더해 운전이 매우 즐거워졌다. 특히 적당히 묵직하게 들리는 배기음은 독일차의 느낌과 비슷해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듯하다.
최고출력은 304마력으로, 인피니티 G35의 315마력이나 렉서스 GS350의 307마력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체감 출력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좋아진 연비도 눈에 띈다. 공인연비가 리터당 8.8km에 달해 인피니티 G35와 같은 수준이 됐다. 물론 렉서스 GS350의 10.3km/ℓ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과거 캐딜락의 모델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진 것이다. 구형 CTS 3.6은 8.4km/ℓ의 연비를 보였다.
속도를 줄일 때마다 본의 아니게 앞차 운전자에게 인사하게 만들었던 물렁한 서스펜션도 이제는 구형 CTS에나 해당되는 얘기가 됐다. 신형 CTS는 쫀득한 서스펜션으로 도로와 밀착해 달리는 느낌이 매우 인상적이다. 좌우 롤링도 크게 줄어서 속도를 높일 때의 두려움 또한 크게 줄였다. 만약 이러한 탄탄한 서스펜션이 싫다면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형 모델을 고르는 편이 좋다(시승차는 프리미엄 모델).
신형 CTS는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름 때문에 구형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힘들 수도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신형 CTS에 대한 소감을 얘기했을 때 “그래도 그 값이면 미국차보다는 독일차를 사지 않겠냐”고 하는 말이 그런 시각을 대변해주고 있다.
캐딜락으로서는 억울한 선입견이겠지만, 이런 편견과 선입견을 극복해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다행히도 신형 CTS는 그러한 자격을 충분히 갖춘 차다.
캐딜락 CTS 프리미엄
레이아웃-------앞 엔진, 뒷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 V6 3.6ℓ 가솔린 엔진, 304마력/37.8kg ․ m 자동 6단
길이×너비×높이-4860×1865×1465mm
서스펜션 앞/뒤--더블위시본/멀티링크
타이어 앞, 뒤---모두 235/50R18
연비, 가격------8.8km/ℓ, 5890만원
BEST---------이름 빼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WORST--------떨어진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급선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