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몰래카메라(몰카)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 전담 대응기구로 신설한 '여성 대상 범죄 근절 추진단'이 수 개월 째 수장 공석으로 말미암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발생한 서울 강서구 전처 살해 사건 등 여성 대상 범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담기구의 본격 가동을 위해서는 단장 인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7월 말 추진단 신설 발표 이후 행정안전부와 추진단장 직제 신설을 위한 협의를 계속해 왔지만, 아직 결론을 짓지 못한 상태다.
당초 추진단 설치는 지난 7월 취임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첫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이는 '홍대 몰카' 수사 등을 계기로 여성 대상 범죄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여론에 화답한 조치다.
추진단은 여성 대상 범죄 대책 기획과 부처 공동 대응과제 발굴과 협업, 현안 대응, 현장 점검 및 모니터, 관련 사건 수사와 피해자 보호 지도·모니터 등을 담당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학계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를 단장으로 영입해 경찰 외부 시각을 정책 추진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었지만, 현재까지 채용공고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조직개편과 예산 배정, 관련 법령 개정을 수반하는 사안이어서 관계부처 협의가 완료돼야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추진단에는 총경급 부단장이 이미 배치돼 있으므로 외부 인사로 단장을 임명하려면 그보다 높은 경무관급 고위공무원단 직제가 신설돼야 한다.
경찰 고위직제 신설은 경찰청 일반사무를 지휘하는 행정안전부와 조율을 거쳐야 하고, 인력이 늘면 그에 따른 예산 지출도 추가돼 기획재정부와도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태스크포스(TF) 같은 임시 조직이 아닌 공식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배치하려면 대통령령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추진단 신설은 지난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몰카 성범죄 엄정대응을 주문하고, 같은 달 민갑룡 청장이 취임하면서 마련한 중요 정책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하루빨리 단장을 임명해 안정적 조직 운영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