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에 큰 도움 안돼"...카드사 '시큰둥'
예금 잔액의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체크카드의 사용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업계는 체크카드의 성장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이다. 이는 체크카드의 수익성이 신용카드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29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3월말 말 현재 체크카드 발급 장수는 4281만장으로 전년동기(3176만장)대비 3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체크카드 발급장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은행들이 기존의 직불카드 사용 고객을 체크카드로 전환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체크카드의 경우 직불카드와 달리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기존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프라를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체크카드 발급 장수를 늘리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은행계좌 잔액한도 내에서 결제되므로 연체의 위험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다.
특히, ▲올해부터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15%에서 20%로 상향 ▲사용액의 일부를 포인트가 아닌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 ▲각종 부가서비스(가맹점 할인, 교통카드, 환전 혜택) 확대 등으로 체크카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체크카드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업계 카드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체크카드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미래의 신용카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단계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은행계 카드사는 전업계 카드사와 달리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결국 내부에 적립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체크카드가 은행계좌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므로 가맹점수수료 중 0.5%를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즉,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현 시스템이 체크카드 시장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통장 잔액한도 내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할부 구매도 안되기 때문에, 체크카드 회원에게 고액 구매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소액결재가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 이득에 도움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은 수표문화과 일본은 현금문화가 발달돼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가에 물건들은 대부분 할부를 이용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문화가 더 지배적인 만큼 체크카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드대란 이후 계획적인 소비를 권장하는 면에서 체크카드가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외의 계획성 있는 소비를 하는 신용카드 고객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부가서비스 면에서나 할부를 통해 여유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신용카드가 더 많은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