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창(窓:window)은 너머로 뭔가를 바라보기 위해 만든 것이다. TV도 일종의 창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인 소통의 창이다. 화면 건너편에서 전해 주는 소식을 시청자는 일방적으로 보고 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컴퓨터의 모니터나 모바일의 액정화면은 쌍방 소통이 가능한 창이다. 화면을 통해 상대의 소식을 접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나 또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서로가 서로의 속내도 어느 정도까지는 파볼 수 있기 때문에 쌍방 소통이 가능한 창인 것이다.
이러한 쌍방 소통의 창이 열리면서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발달하여 온라인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됨으로써 많은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대방의 부끄러운 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포하여 상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들거나, 거짓 정보로 여론의 ‘함성’을 만들어 그 함성의 가위(假威), 즉 가짜 위세로 개인의 의견을 눌러버리거나 심지어는 15세기 이후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광신도적 현상인 ‘마녀사냥’과 같은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 정보가 만들어낸 ‘함성’의 假威가 결코 옳을 리 없지만 생트집으로 덤벼드는 假威에 눌려 엉뚱하게 피해를 당할까 봐 어쩔 수 없이 피해주니까 그 假威가 아예 정당한 양 기고만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불법언론, 일부 막무가내 운동단체 등이 우리 사회에 그런 악성적인 가위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일면이다. 바른 평론과 건강한 토론을 활성화함으로써 가위에 눌리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위는 한 번 성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때문에 사람을 더욱 가위눌리게 한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낳은 홍위병의 가위는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기에 늘 바른 이성으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