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투자자들…글로벌 시총 10월 5700조 증발·채권 동반 하락

입력 2018-11-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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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무역 분쟁·기업 성장 둔화 불안 ‘3중고’

▲10월 FTSE올월드인덱스 추이.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 가격이 10월 일제히 급락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5조 달러(약 5700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주요 증시를 종합한 FTSE올월드인덱스가 지난달 7.55%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 5월 9.35%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뉴욕증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달 각각 5.1%, 6.9% 떨어졌다. S&P500지수에서 증발한 시총 규모만 1조91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S&P500지수는 기술적 지표인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갔고 최근 고점인 9월 21일 이후 10% 이상 하락, 조정장세에 진입했다.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가격까지 같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변동성이 심한 환경에서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채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10월 시장에서 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2.4% 수준에서 지난달 3.2%대까지 올랐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픽텟자산운용은 포트폴리오의 60%가 주식자산이고 40%가 채권인 일반적인 투자자의 경우 지난달 자산의 3% 이상을 잃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카 파올리니 핏텟자산운용 수석 투자전략가는 “2008년에 마지막으로 봤던 정도의 급격한 손실이 나타난 것”이라며 “1990년과 2001년, 2002년의 변동성 장세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의 75% 이상을 채권에 분배하고 주식 비율이 25%인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 역시 10월 포트폴리오에서 2%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파올리니는 “(주식은 물론 채권까지) 투자자들이 숨을 곳이 없다”며 “변동성이 강했던 기간 중에서도 올해는 최악의 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단위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3.159%. 출처 WSJ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서 비롯됐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올여름 고점에 도달한 종목들이 지난달 대량으로 매도되면서 폭락장이 나타났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FANG’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의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는 조짐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과열됐다는 우려와 함께 심화되는 중국과의 무역 마찰도 시장에 투매세가 유입된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매디 데스너 JP모건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는 “모두의 속이 뒤틀리는 한 달이었지만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강하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과 유럽 기업 중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한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투자자 중에는 장기간 지속된 미국 증시 호황이 끝났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유로스톡스600지수의 6%대 급락이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비춰봤을 때 적절한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블랙록의 리처드 터닐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래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불안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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