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화해치유재단 처리 방침 곧 내놓을 것"

입력 2018-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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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위관리직 '비율 목표제' 강조…현장 중심 소통 행보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11월 초면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국민에게 무언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재단과 관련해 여가부 차원에서 어떤 대안책이 나올지 주목된다.(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통보한 가운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의 입에 시선이 쏠린다. 진 장관이 '화해·치유재단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임박했음을 알린 만큼 해산 절차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그림이 어느 정도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진 장관은 지난 10월 24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재단 거취와 남은 자금 58억 원 처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며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정부) 입장은 정리가 됐는데 시점과 방식을 논의 중이다. 11월 초면 가닥이 잡혀서 국민에게 무언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 장관은 9월 27일 첫 간담회에서도 철저히 피해자 관점에서 속히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립됐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합의 자체를 반대하면서 민간 이사 전원이 사퇴하는 등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통보는 어느 정도 예고된 측면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혜롭게 매답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듭'은 사실상 재단 해산 통보를 의미했다. 이후 여가부와 외교부는 일본 측과 출연금 반환 문제를 논의해 왔다.

진 장관은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서 언제나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 있었는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우리가 굉장히 궁색한 상황에 몰려있다"며 "우리가 합의를 일방파기한 것처럼 저쪽에서 프레임을 꾸리지 않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런 부분들을 섬세하게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외교부에서 일본과 합의하는 절차들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 장관은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을 면담하고 화해·치유재단 문제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 고위관리직 여성비율 목표제 강조…"남성 삶도 바뀐다"

진 장관은 취임 후 줄곧 민간부문에도 여성 고위관리직이 늘어날 수 있도록 '비율 목표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진 장관은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그 성과를 민간기업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기업의 여성 고위직 확대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일터에서의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성평등 채용 및 임금 실천 가이드라인'을 확산시키고,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맞춤형 취·창업 지원 등 여성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함께했다.

'비율 목표제' 도입은 취임사에서 처음 나왔다. 진 장관은 "공공부문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나 민간에서는 진입·승진에서 여전히 성별격차가 크다"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는 "공공영역에서는 정부의 기조가 효과를 발휘해 2022년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민간영역에서는 2016년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여성임원 비율이 2.7%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목표제의 필요성은 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투자 유치에 남녀의 평등한 고용과 임원비율이 반영되고 있다"며 "단순히 여성 유리천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가부의 정책이 여성 중심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진 장관은 "여성의 문제가 해결되면 곧 여성과 관련된 남성의 삶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한 카페에서 가정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세 자매를 만나 위로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 현장에 답 있다…관계자 목소리 듣는 진선미 장관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진 장관은 변호사 생활을 하며 여성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성소수자를 위한 변호 활동에 힘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과 호주제 위헌소송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며 호주제 폐지 운동에 앞장선 이력이 있다.

이 밖에도 진 장관은 소라넷 사이트 폐쇄, 불법 촬영 범죄 근절방안 제시 등 성폭력 범죄 근절에 앞장서 활동해온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지난달 여가부 장관에 임명된 진선미 장관은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현장을 돌았다. 직접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업무를 신속히 익혔다.

최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남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진 장관은 유족들에게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투(Me Too)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가동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진 장관은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여가부는 우리 사회에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위기청소년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여성·청소년·가족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성별 임금격차, 낮은 여성대표성 등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성희롱·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폭력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대표발의했던 생활동반자법 도입과 저출산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동거관계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고 혼외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정책적 사각지대였던 1인 가구, 이주배경 청소년 등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가부는 이러한 과제를 적극 해결해 평등이 일상화하고, 모든 가족과 청소년이 소외됨 없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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