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생각] 방탄의 메시지는 “문제는 정치야”

입력 2018-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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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교수

경제는 암울하지만 방탄소년단이 희망과 활력을 주고 있다. 어느 여고생에게는 공부하다가도 얼굴 한번 떠올리면 홍삼보다 강한 힘을 주는 우상이다. 기업에는 강한 호기심과 마케팅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런 방탄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정치인들이 잘 음미해 반성의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예전에 ‘딴따라’라고 무시당하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그 누구보다 영향력이 큰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었다. 방탄이 감동을 주는 배경에는 구성원 7명 모두 지방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위 ‘흙수저’ 출신이라는 사실이 깔려 있다. 방탄은 SM·YG·JYP 등 3대 기획사의 기획이나 조직적 홍보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자신들만의 고민과 노력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더 커다란 감동을 준다.

정부가 도와주거나 대기업의 후원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방탄은 자신들만의 소통방식으로, 5년 전 데뷔 당시 무명그룹에서 세계 최고의 연예인이 되었다. 방탄은 빌보드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하는 한국 음악계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경제적으로 1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방탄의 성공 요인을 궁금해하고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방탄은 대형 기획사의 인프라에 의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을 만나고 소통했다. 인터넷을 통한 직접적 소통방식이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가사의 의미를 설명하고 번역하기도 하는 커다란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방탄의 성공은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우리 정치와 경제에도 시사점이 크다. 방탄의 성공은 정부가 지원은커녕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을 활용해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 그리고 가장 높은 인터넷 활용도를 자랑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노래하고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고 인터넷을 통해 창업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가짜뉴스 때려잡는다고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어리석은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20여 년 전 서태지의 ‘컴백 홈’을 듣고 가출했던 청소년이 돌아왔다고 한다. 21세기에 와서도 암기형 교육에 억눌린 10대 청소년은 방탄의 노래를 듣고 위로받고 있다. 21세기에 와서도 경직된 노동정책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알바와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며 버거운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데, 방탄의 노래야말로 정치인들의 위선을 막아주는 방탄이 되고 지친 심신을 위로해주는 힐링이 되고 있다.

방탄의 노래가 제기하는 청춘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는 이제 어른들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어른들의 일자리를 위해 중·고교생들에게 백화점 식 지식을 강요하고 모든 과목에 걸쳐 성적의 노예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귀족 노조의 아재들을 위해 젊은이들에게 단순 알바와 비정규직 일자리만 계속 강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도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열린 마음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방탄의 아버지’라는 빅히트 방시혁 대표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IT와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음악 애호인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한다.

방탄이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소통의 몸부림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우리 아재들도 마음을 비우고 파괴적 혁신의 노력으로 대답할 차례가 왔다. 촛불혁명으로 이제는 기득권층이 된 아재들에게도 방탄의 노래는 외친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젊은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 달라고. 그들은 “문제는 정치야”라고 노래한다.

서울대 및 대학원 졸. 런던대 법학박사.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서울대 법대학장, 과총 지식재산위원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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