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러시아 찾아 ‘INF’ 존폐 논의...트럼프 거듭 폐기 위협

입력 2018-10-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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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워싱턴이 조약 포기하는 건 실수”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났다.

미·러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의사 표명으로 위기에 처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텍사스로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협정을 끝내고 있다”고 또다시 ‘파기 위협’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전날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이날 파트루셰프 서기와의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러 국가안보회의 공보실은 이날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 후 “이란 핵 합의, 시리아·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 상황과 한반도 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역 현안뿐 아니라 미·러 협력 문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도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회담에서 군축 조약과 시리아, 이란, 북한 문제 등과 테러와의 전쟁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핵심 이슈는 INF다. INF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스크바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협정(INF 조약)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파트루셰프 서기는 “협정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재차 밝히고 이 조약 이행과 관련한 서로의 이의 제기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 작업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러시아 공보실은 설명했다. 파트루셰프는 조약 파기가 모든 국제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 간에 INF 위반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미국이 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핵 개발 경쟁이 가속해 신냉전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파트루셰프 서기와 볼턴 보좌관은 또 회담에서 2021년 만기되는 ‘뉴스타트’(신전략무기감축협정)를 5년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의 수에 상한을 두는 조약으로 2010년 체결돼 2021년 만료를 앞두고 갱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1987년 INF에 서명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은 “워싱턴이 이 조약을 포기하는 것은 실수”라면서 “그들은 이를 파기해서 미국에 생길 일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이날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 명의로 “INF 조약은 30년 전 발효된 이후 유럽에서 냉전 종식에 기여했고, 유럽 안보체제의 한 축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에 INF조약을 유지하기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것과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게 이 조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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